父 살해, 테이프로 CCTV 가리고 유기한 아들…"심신미약" 안 통했다

함께 거주하던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집수정에 시신을 유기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김모씨./사진=뉴스1

함께 거주하던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집수정에 시신을 유기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모)는 22일 존속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김모씨에게 징역 20년과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동기와 계획성, 범행 방법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은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 척도에서도 총점 13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5월2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친 A씨(70)를 흉기로 살해한 후 아파트 지하 주차장 기계실 내 집수정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함께 사는 모친은 범행 당시 집을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아파트 1층과 엘리베이터 CCTV(폐쇄회로TV)에 청테이프를 붙여 화면을 가린 뒤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시신을 옮겼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상시 아버지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 징역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전자 장치 부착 10년 및 보호 관찰 5년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모든 범행에 대해 자백하고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약 한 달간 김씨에 대한 정신 감정 결과 김씨에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며 정신과 치료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특수반이 있는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류 매장 등에서 수년간 일한 점, 범행 당시 시체를 은닉할 장소를 찾고 범행 후 CCTV에 청테이프를 붙인 점,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답변한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