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못 읽던 보육원 아이들…'문해력' 쑥쑥
[EBS 뉴스12]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학대로 인해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해마다 4000여 명씩 생깁니다.
보호대상아동들은 언어와 문해력 발달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육원와 같은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초문해력을 측정해봤더니,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이상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동들의 '기초문해력'을 검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험군'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고, 흔히 '읽기 부진'으로 불리는 '관심군'은 34%로 뒤를 이었습니다.
위험군 아동의 36%는 한글을 모르거나, 한글을 읽고 쓰기 위해 보충학습이 필요한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 신소연 과장 / 희망친구 기아대책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이들이 학교를 가야 되는데, 읽고 쓰지 못하고 또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습니다. 특별히 취약계층 아동들은 학습 격차에 있어서 더 취약하다는 결과를 실태조사를 통해서 확인을 하게 되었고요."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인 기초문해력이 탄탄하지 못하면, 교과학습은 물론, 학교 적응도 어렵습니다.
특히, 학대와 방임을 경험한 보호대상아동은 어휘력이나 배경지식 등 문해력 발달에 취약하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인터뷰: 보육원 관계자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이제 보통 나머지 수업이라고 하죠. 그런 보충 수업 다 들어가고 있고요. 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까. (그리고) 환경적인 면에서는 일단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되지는 못한 상황이에요."
올해 보호대상아동을 대상으로 수준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 결과, 한글을 읽지 못했던 아동들의 평균 해득률은 65.3%에서 87.9%로 높아졌습니다.
모음과 자음도 모르는 수준에서 시작해서 받침이 있는 단어까지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간 겁니다.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아동 수도 65명에서 5명으로 1년 만에 뚝 떨어졌습니다.
적절한 속도로 정확하게 읽는 '읽기 유창성'을 검사해봤더니, 신속성과 정확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1분 안에 정확하게 읽는 단어 수가 21개 증가해, 또래 아동의 자연적인 성장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중훈 / 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연구회
"현상만 진단한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평가해서 원인에 초점 맞춰서 가르치는 게 되게 중요한데요. 환경적 결손과 발달적 약점이 함께 공존하고 있어서 좀 더 이른 시기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잘 도와줘야 되는….
전문가들은 보호대상아동 가운데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을 조기에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BS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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