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크리닝] '위시', 디즈니 100년 아른한데…나른한 서사 글쎄 ★★☆

백승훈 2023. 12. 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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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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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 그 곳에 살고 있는 총명하고 꿈 많은 소녀 아샤는 마음 속 깊이 사랑하는 로사스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두의 존경을 받는 매그니피코 왕을 찾아갔다가 그의 숨겨진 계획을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아샤의 간절한 부름에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특별한 ‘별’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귀여운 염소 친구 발렌티노와 함께 이들은 진심 어린 소원과 용기가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매그니피코 왕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매그니피코 왕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아샤와 친구들을 위협하게 되고 이들은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비포스크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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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타이틀을 내세운 '위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1928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부터 '위시'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100년의 역사와 기술력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타이틀부터 힘이 실린 작품인만큼 디즈니의 기대치도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이자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겨울왕국' 시리즈 크리스 벅 감독이 '위시'를 진두지휘한다. 극본에는 '겨울왕국' 공동 연출을 맡았던 제니퍼 리가 이름을 올렸다.

제니퍼 리는 '위시'를 통해 "이 세상에 진정한 소원을 가진 사람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이는 없다. 모두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겨울왕국'뿐 아니라 '인어공주'(1989), '라이온킹'(1994), '라푼젤'(2010), '주토피아'(2016) 등 오랫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사랑해온 국내 관객들을 향한 선물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아이브 안유진이 메인 테마곡 '소원을 빌어'(This Wish)를 부르며, 더빙으로 '위시'를 관람할 관객들의 동심을 일깨울 예정이다.

▶애프터스크리닝

*일부 내용에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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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는 외관에 디즈니 100년의 레거시를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책 페이지가 펼쳐진 뒤 아샤가 로사스 왕국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첫 번째 넘버로 이어질 때쯤 그래픽과 OST의 향연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뜨이게 한다.

그중에서도 주목할만한 점은 단연 비주얼 그래픽. '공주와 개구리'(2009)를 끝으로 막을 내린 줄 알았던 2D 애니메이션 그래픽이 '위시'에서 재등장한다. 주축은 3D 애니메이션이지만, 적절한 배합이 고전 명작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100주년을 맞이한 자신들과 100년간 디즈니를 사랑해 준 팬들을 위한 헌사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들에게는 몽글몽글한 추억을, 3D 애니메이션에 익숙했던 아이들에게는 의외의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법도 하다.

다만 '위시'의 아쉬운 점도 '100주년' 타이틀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부분. 자신들이 견고히 지켜온 100년 레거시를 다시금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작품 곳곳에 배치돼 있다.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며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꿈과 희망, 진실됨과 용기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디즈니의 바로 그 고전적인 메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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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는 2023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이라기엔 너무나 고전적이고 정석적인 동화다. "별에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고전 관습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한 듯하다. 배경이 되는 로사스 왕국은 이와 대척점에 있다. 소원을 이뤄주는 주체가 별이 아닌 사람(매그니피코 왕). 백성들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왕의 말을 믿고 소원을 맡겼지만, 어떤 소원은 영영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실을 깨달은 아샤에 의해 갈등이 본격화된다.

그러나 누군가는(만약 현실에 찌든 어른이라면) "모든 이들은 소원을 이룰 자격이 있다"며 아샤가 별을 향해 빈 소원은 다분히 유토피아적으로 느껴지고, 오히려 '왕국에 도움이 되는 소원만 이뤄줄 수 있다'는 매그니피코의 현실주의에 더 마음이 갈 수도 있다.

물론 매그니피코는 지독한 나르시즘 환자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백성들의 소원을 이용한다는 절대악 설정이 후반부에 추가되긴 했으나,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이념이 충돌하며 논의를 건설적으로 확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지난 2016년 개봉된 '주토피아'가 단순 권선징악식 결말에 그치지 않고, 논의를 영리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더욱 아쉬움을 남게 한다.

기시감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100년간 장편 애니메이션을 62편이나 만들어왔던 디즈니이기에 얼핏 당연한 과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최근 십수 년간 고전 서사를 영리하게 변주해 호평받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미래지향적 행보와 비교한다면 '위시'는 의아한 선택으로 비춰진다.

왕자에게 구원을 받는 수동적 여성 서사(신데렐라, 백설공주 등)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한 서사로 확장시키는가 하면('겨울왕국', '모아나') 견고했던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주토피아', '주먹왕 랄프')을 제작하기도 했던 디즈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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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는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고 과거의 영광에 헌사를 보내는 작품으로 해석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앞으로의 100주년을 기대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서는 의문이 들게 한다.

그럼에도 '위시'는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그래픽 하나만으로 극장에서만큼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오랜 팬들에게는 "그동안 우리를 사랑해 줘서 고맙다"는 디즈니의 메시지를 마음속으로 느낄 수도 있다.

'위시'는 내년 1월 3일 극장에서 개봉해,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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