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말 대목에도 회식 '뚝'…강추위·고금리에 자영업자 '이중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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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부담으로 연말 회식과 송년회가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대출과 고물가는 여전히 부담인데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경영 부담 요인은 △재료비 상승 등 고물가 33.8% △인건비 상승·인력 확보 어려움 21.8% △고금리 및 대출 상환 부담·만기 도래 18.3% 순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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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절반 이상 송년회 안해…"더이상 대목 아니야"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연말 단체 예약이요? 작년보다 절반은 줄었어요. 지금쯤이면 12월31일까지 꽉 차 있어야 하는데..."(여의도의 한 고깃집)
고물가 부담으로 연말 회식과 송년회가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대출과 고물가는 여전히 부담인데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3대 업무지구인 여의도 일대 식당가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연말 송년회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이 체감하는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22일 국회와 증권가가 밀집한 여의도의 식당가는 단체 예약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인근에서 10년째 운영 중인 양고깃집 업주 A씨는 "연말까지 가득 차 있어야 할 예약이 지금은 듬성듬성 돼 있는 상태"라며 "취소율도 높아서 연말 장사를 예측하기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코로나19 때 장사를 못 하던 때보다는 당연히 낫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만 그런 건가 싶어 주류회사에 물어보니 다른 식당도 주류 주문량이 뚝 떨어졌다더라"고 말했다.
직장 내 송년회 문화가 변화하면서 연말이 더 이상 대목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여의도 증권가 근처에서 20년째 소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예전에는 연말에 70~80명씩 단체 손님이 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며 "단체 예약이더라도 10명 정도의 팀 단위 회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골들에게 물어보니 송년회 문화가 많이 바뀌어 저녁 회식보다 점심으로 가볍게 먹고 끝내거나 단체 공연을 보러 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0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연말 송년회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서 송년회를 진행한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4.1%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송년회도 간단한 점심이 29.5%로 1위를 차지했다.
직장 문화가 변화하면서 모임이 줄어드는 가운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대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버티게 해준 대출이지만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 애를 태우는 모습이다.
전날 은행권이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상생금융)을 발표하며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들에게 인당 최대 300만원, 평균 85만원의 이자를 환급해 주기로 했지만 불경기를 타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연 5.2%의 고금리 대출을 갖고 있는데 이자 부담이 상당하다"며 "대출 이자를 돌려주면 좋긴 하겠지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금리 부담은 다달이 계속되지만 환급은 일회성이라는 의미다.
최근 부쩍 기온이 내려가면서 발생한 '한파'도 불경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외출 대신 배달로 주문해 먹거나 특정 메뉴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타격이다.
베이글 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최근에 날씨가 확 추워지면서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다행히 배달은 주문이 유지되고 있지만 배달 수수료 부담이 커서 애로사항이 있다. 배달 주문만 들어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50.1%가 내년 경영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경영 부담 요인은 △재료비 상승 등 고물가 33.8% △인건비 상승·인력 확보 어려움 21.8% △고금리 및 대출 상환 부담·만기 도래 18.3% 순서로 나타났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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