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부동산 PF ‘흔들흔들’…옥석 가리기 ‘속도 싸움’
[앵커]
허허벌판에 놓고 초고층 빌딩을 상상합니다.
흔히 부동산 개발 사업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동산 개발 사업성을 보고 금융사가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대출의 부실이 심상치 않습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그래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임승창 해설 위원과 짚어보겠습니다.
자 위원님, 어서 오십시오.
요즘 한국 경기 왜 그래요? 라고 물었을 때 한 30초 이상 설명을 들으면 이 부동산 PF가 없는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건설업계 진짜 무슨 위기가 온 건가요?
[기자]
이번 주에 특히 태영건설 관련한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었거든요.
기업이 보통 대출을 갚을 때가 됐는데 대출을 갚을 상황이 안 되면 대출 자체를 연장해 주거나 아니면 갚는 걸 좀 미뤄주는 상환유예를 해주죠.
태영건설에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 대주단이 대출 400억 원에 대해서 상환유예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고요.
태영건설도 실제로 그렇게 공시를 했습니다.
[앵커]
태영건설이면 자기 자본 한 8,000억 원 넘는 1군 건설회사인데, 400억 원을 못 갚는다.
뭔가 좀 유동성이 위기가 온 건가요?
[기자]
대주단이 상환유예 결정을 한 다음 날 한 증권사에서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목이 '태영건설 현황 점검' 인데 이 내용을 좀 살펴보니까 자금 사정이 좀 이해가 되더라고요.
복잡한 숫자 다 빼고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태영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이 0.8이거든요.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영업이익이 1이 나면 이 가운데 0.8을 이자로 내고 있다 이런 얘기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번 돈의 대부분을 이자 갚는데 쓰고 있다?
[기자]
그렇죠. 이렇게 된 이유는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인데 태영건설의 부채 비율은 480% 가까이 돼서 시공 능력 평가 35위 안에 있는 대형, 중견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거든요.
특히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개발 PF 보증 잔액이 3조 원이 넘습니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이 잘 되면 괜찮은데 이 가운데 착공조차 되지 않은 그 현장, 사업장에 대한 보증이 7,000억 원이 넘거든요.
그러니까 만약 사업 추진이 잘 안돼서 사업이 정리가 되면 태영건설이 갚아야 될 돈이 7,000억 원이 넘는다 이런 얘기입니다.
그래서 부동산PF 때문에 태영건설이 위험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거죠.
[앵커]
네 뭐 태영건설은 그 한 예일 것 같고요.
PF위기라는 거는 10년 전에도 PF. 이전에도 PF. 계속 나오는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좀 구조적인 문제인지.
일단 부동산PF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기자]
일단 아파트든 상가든 요즘 특히 많이 짓는 지식산업센터든 큰 공사 현장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사업장에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건물을 짓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가 있어요.
토지 매입, 인허가가 이루어지는 착공 전 단계, 공사 단계, 그리고 준공 후 단계인데 착공 전 단계에서는 보통 제2금융권에서 브릿지론이라는 걸 씁니다.
[앵커]
2금융권이면 이자가 굉장히 높을 텐데요.
[기자]
그럴 수밖에 없죠.
이 과정이 무사히 끝나고 공사가 시작되면 사업이 가시화되니까 그때는 은행이나 대형 증권사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거든요.
이걸 본PF라고 하는데 이 돈으로 이자율이 높은 브릿지론을 먼저 갚고 초기 공사 비용을 대는 거죠.
[앵커]
그럼 보통 얘기하는 부동산PF는 브릿지론 그리고 본PF 둘 다 합쳐서 하는 말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둘 다 포함돼 있는 게 보통 얘기하는 부동산PF 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시 설명을 드리면 공사가 시작되면 분양을 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면 이 분양 대금을 받아서 남은 공사비를 대고 말씀드린 본PF의 일부를 또 갚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사가 끝나서 준공이 되면 분양 잔금을 받겠죠.
그리고 이걸 받아서 남아 있는 PF를 갚고 시공사가 이익을 가져가는 이런 구조인데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으면 현장 상황이 좀 어떨 것 같으세요?
[앵커]
보통은 이제 건설사들이 그 대출금액 갚으려고 선분양 하잖아요?
지금 같은 부동산 냉각기에 글쎄요.
누가 분양을 받으려고 할까요?
[기자]
상황이 아무래도 좋지 않겠죠?
말씀하신 대로 특히 요즘 지방을 중심으로 그런 현상이 좀 나타나고 있거든요.
시행사들이 우선 갚아야 될 돈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빌린 브릿지론일 수밖에 없겠죠?
고금리가 계속 되다 보니까 요즘 제2금융권 브릿지론 내부 기준 이자율이 보통 15%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가산금리가 붙으면 금세 19에서 20%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보통 건설사들이 보증 서지 않나요? 이 브릿지론은?
[기자]
그렇죠. 건설사 규모나 현장 사업성에 따라서 상황이 좀 다르긴 한데 보통 건설사들이 이 브릿지론에 보증을 설 수밖에 없습니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그러니까 공사에 못 들어가거나 아니면 분양이 잘 안 되면 시행사, 건설사,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이렇게 줄줄이 위험이 옮겨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인 겁니다.
특히 최근 제2금융권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도 바로 이 부동산PF 가운데 브릿지론이 주요 원인이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앵커]
가장 걱정되는 게 이 부동산PF 위기가 이제 금융권으로 전이가 되면 결국 이제 돈이 막혀 버리고 그럼 이제 서민들한테 갈 돈이 못 가는 그런 상황인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부실채권이 생기게 되면 그에 맞는 대손 충당금을 금융기관들이 쌓아야 되거든요.
그만큼 돈이 묶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원리 때문인데 3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부동산PF 잔액이 134조 원 정도 되거든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같은 시기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을 보니까 2.4% 정도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보시는 것처럼 배 정도 높아졌더라고요.
특히 이 저축은행, 증권사, 여신전문 회사 이런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부동산 PF 관리를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하지만 이제 정부가 그동안 PF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도 그것을 사실상 용인했던 게 이게 시장의 공급 역할을 하니까 집값을 잡아 준다는 그런 기대감이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건설사들의 또 대출 상황을 보면은 이것도 여전히 위험한 거고.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정부입장에서는?
[기자]
그래서 정부도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데 결국에는 공급을 촉진 시켜주는 그런 현장에 대해서는 자금 집행이 계속 되도록 좀 얘기를 해주고요 아니면 사업성이 낮은 곳은 좀 차별화해서 구분해서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앵커]
그래서 당국에서 요즘 나오는 얘기가 '옥석 가리기'.
이게 사실 말이 쉽지 옥석을 가리는 그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이냐. 당장 총선 앞두고 정부로서는 굉장히 고민스러울 것 같은데.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부실한 사업장에 대출을 연장해 준다든가 아니면 추가 자금을 계속 공급해 준다거나 이러면 오히려 위험성을 더 키우는 이른바 '스노우 볼' 효과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시행사나 건설사들이 '아 일단 버티면 되는구나,' 이런 또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어요.
[앵커]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총선 앞두고 일부에서 지금 부실 부동산PF 정리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긴 한데 금융권 내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동산PF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부실 사업장 정리의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얘기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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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창 기자 (sc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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