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자본? 바보야, 우리 미래는 생산성에 달렸어 [아카이브]
한은 경제硏 한국경제 진단
생산성 따라 역성장 가능성
성장동력, 경제회복력 강화해야
노동·자본 질적 수준 끌어올려야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먼저 보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한국경제의 과거를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저자인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향후 30년간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2040년대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지난 17일 '한국경제 80년(1970~2050년) 및 미래 성장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내용이다. 저자는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인데, 근거 없이 내놓은 주장은 아니다.
우선 조 부원장은 지난 50여년(1970~2022년)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요인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우리나라는 연간 6.4% 성장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4%포인트만큼의 성장은 자본이 기여했다. 노동과 생산성의 기여도는 각각 1.4%포인트, 1.6%포인트였다.
[※참고: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다.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TFP)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증가에 의한 요인들을 제외한 생산량 증가분을 의미한다. 흔히 기술 진보나 경영 혁신 등이 이뤄지면 총요소생산성은 개선된다. 아래의 '생산성'은 총요소생산성을 의미한다.]
다만 연간 경제성장률이 1970년대 8.7%에서 1980년대 9.5%로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10년마다 2~2.5%포인트씩 낮아졌다. 그러다 2010년대에는 2.7%로 확 떨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2020~2022년에는 2.1%로 더 낮아졌다.
저자는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을 크게 세가지로 꼽았다. 고도성장기였던 1990년대에는 노동 투입 둔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에는 자본 투자 부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대엔 생산성 정체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어 "향후 30년간 노동 투입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자본 투입 증가세도 크게 낮아져 생산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면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2.4%, 2030년대 0.9%, 2040년대 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생산성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데 그치면 같은 시기 각각 2.1%, 0.6%, -0.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 생산성을 높일 방안은 뭘까. 저자는 "부단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신성장동력 확보,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대응능력과 경제회복력 강화 등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또한 광의의 무형자산과 인적자본의 확충, 지식축적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노동과 자본 투입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산업 기회 포착 후 선제적 대응,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제·외교·안보·문화 아우른 패키지 협력 모색, 인구감소 억제를 위한 전방위적(가치관·취업·결혼·출산·교육·주택마련 등) 대책 마련,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 유치나 이민정책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설비와 무형자산 중심의 투자 구성을 통한 자본 기여도 향상,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서비스업·중소기업·대학의 연구역량 확충, 대학 교육의 재원확보, 대외자산의 운용능력 제고,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금융 혁신, 합리적이고 공정하면서 투명한 분쟁 해결 프로세스를 통한 신뢰사회 구축 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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