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0억 FA 계약 중 절반이 옵션…임찬규가 밝힌 뒷 이야기 “에이전트도 힘들어한 내 고집”

LG 임찬규.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21일 LG는 자유계약선수(FA) 임찬규(31)의 잔류 소식을 전했다.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50억원이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계약금이 6억원, 연봉 20억원에 인센티브가 24억원에 달한다. 50억원 중 절반이 옵션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보장 금액을 최대한 높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50%에 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FA 계약을 한 선수 중 인센티브 비율이 가장 높은 건 오지환으로 19.4%였다.

LG 임찬규(왼쪽)과 김인석 대표이사. LG 트윈스 제공

이런 계약이 성사된 배경에는 임찬규의 의지가 강했다. 최근 성대 결절 수술을 받은 임찬규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계약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에이전트에게 다른 구단과는 접촉하지 말고 LG랑만 하고 싶다고 전달했다”며 “구단에서 처음부터 좋은 제시를 해줬다. 보장금액 또한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잘 측정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최종 계약까지 만남은 4차례 가졌다. 임찬규의 에이전트가 차명석 LG 단장과 만남을 통해서 계약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 임찬규가 잔류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컸기 때문에 큰 마찰 없이 계약이 진행됐다.

임찬규는 “에이전트도 내가 제일 힘든 선수였다고 하더라. 워낙 LG 잔류에 대한 고집을 부려서 그랬다”고 전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LG 야구를 보며 자라온 ‘엘린이(LG+어린이)’ 출신이다. 2011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신인 선수로 참석해 “10살 이후로 LG가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것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며 “내 이름 석자보다 ‘LG 트윈스’를 가슴에 품고 뛰는 패기있는 신인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올해 임찬규는 그토록 원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정규시즌 30경기에서 14승3패1홀드 평균자책 3.42로 LG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는데 일조한 임찬규는 2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사랑한 팀이기에 임찬규는 어떻게든 남고 싶은 바람이 컸다.

임찬규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며 “내가 꾸준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안다”라며 “구단의 샐러리캡 문제도 알고 있다”고 했다. 2023시즌 LG의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은 107억 9750만원으로 샐러리캡 상한선까지 6억2888만원만 남겨둔 상태다. LG는 임찬규 외에도 장기 계약한 오지환, 그리고 계약 협상 중인 내부 FA 함덕주 등이 있어 2024시즌에는 샐러리캡을 어쩔 수 없이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로 배려가 많이 들어간 계약”이라고 밝힌 임찬규는 “나 또한 동기부여도 얻을 수 있다. 내가 많은 옵션을 달더라도 자신있게 당당히 받아가면 되고, 못 받아도 좋으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선발진에서 후배 선수들에게 밀려 ‘전천후 투수’의 역할을 맡았던 임찬규는 스스로를 ‘하얀 도화지’로 칭하고 시즌에 임했다. 다음 시즌에도 백지의 상태로 임할 계획이다. 임찬규는 “목표는 늘 똑같다. 나는 그냥 공을 던지는 사람이다. 마운드에서 공을 열심히 던지는게 목표고 선발이든 중간이든 상관없이 은퇴할 때까지 잠실에서 공을 던지는게 목표”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