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실패자 낙인' 찍힌 청년이 늘고 있다…먹구름 낀 대한민국의 미래

심영구 기자 2023. 12. 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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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제보] 취업하길 원하는 회사를 포기해야 할까, 4년 차 취업 준비생의 고민 제보 (글 : 윤단비 작가)

〈복면제보〉, 이번에는 사회적 고민을 제보합니다.
 

※ 오늘의 복면제보자

저는 30살이고, 서울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만 3년 넘게 했어요.

이 나이면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을 줄 알았는데요.
현실은… 매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 중이에요.

언제 정규직 자리에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우선 생활비라도 벌려고 카페에서 일하는 거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취업 준비가 길어지니까, 어른들은 눈을 낮춰보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답답해요.

힘들게 공부해서 상경했는데,
중소기업 들어가면 박봉이고,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도 어렵잖아요.

부모님 세대는 대학 내내 놀았어도 대기업 취업이 쉬웠다는데…
저는 학점 관리에, 각종 자격증 따고, 인턴도 여러 번 하고..
맘 편히 놀아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 나이 먹도록, 제 스펙에 안정적인 사무직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억울해요.

그렇다고 눈 낮춰서 아무 데나 가자니 앞날이 걱정되는데..
괜찮은 정규직에 합격할 때까지 계속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요?
 

이 궁금증을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겸임 교수인 김광석 교수와 KDI 노동시장연구팀장 한요셉 박사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줄었지만 음식점업 취업 청년 매년 늘어

김광석|교수

청년들 취업 형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음식점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이 2013년엔 34만 명 정도였는데, 2022년엔 56만 명이 됐습니다. 10년 만에 22만 명 정도 늘었습니다. 인구 감소로 청년들의 숫자는 줄었는데도 말이죠.

"청년층 음식점업 취업자 56만 명, 10년 만에 약 22만 명 증가"
출처 : 기획재정부, 산업연구원 '청년층 노동시장 선택 특성과 숙련 형성을 위한 정책적 개선 방향 연구'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굉장히 우려스러운 현상이에요. 반대로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하는 제조업의 청년 취업자 수는 줄었습니다.

"2023년 3월 전년 동월 대비
음식점업 취업자는 9만 명 증가 ↑
제조업 취업자는 5만 명 감소 ↓"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김광석|교수
음식점업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들의 수치가 아닐까 싶지만 실제로 대학교를 졸업했을 법한 연령대인 25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들이 음식점업에 취업한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非 대학생 청년 (25세~34세) 음식점 취업자 약 2만 명 증가"
출처 : 기획재정부, 산업연구원 '청년층 노동시장 선택 특성과 숙련 형성을 위한 정책적 개선 방향 연구'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우리나라 실업률은 코로나19 이후 회복하면서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거든요. 일자리의 질 자체는 그렇게 개선되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업률 6.7%, 역대 최저치"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23.5

"2023년 11월 청년 실업률 5.3%,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
출처: 통계청, '2023년 11월 고용동향'

"전년 동월 대비 단기 일자리 취업자 수 131만 명 증가, 그러나 풀타임 일자리는 100만 명 감소"
출처 : 통계청, '2023년 8월 고용동향'
김광석|교수

제보자처럼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도 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고졸자 실업률보다 대졸자 실업률이 더 높아졌어요.

심각한 청년 실업이 만들 대한민국의 미래

① 취업 실패로 인한 고립·은둔 청년들의 증가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요즘에 제보자처럼 선호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많습니다. 첫 취업까지 3년 넘게 걸렸다는 청년들이 32만 명 정도가 되고요. 굉장히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오랜 구직 기간을 갖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첫 취업까지
3년 이상 소요 : 약 36만 명
2년 이상 소요 : 약 63만 명"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취업 준비, 장기 시업이 장기화되면서 청년기에 취업으로 인해서 겪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큰 수준입니다.

졸업 시기에 경기침체를 겪는 경우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각국에서 다 조사를 해봤는데요. 이런 청년들 같은 경우에 공통적으로 좌절을 많이 겪고 또 그로 인해서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는 현상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청년 우울증 환자 31만 명, 4년 새 약 2배 증가"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해서 전국에 51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사회와 관계를 끊고 스스로 고립되어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게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 약 51만 명으로 추산"
출처 : 보건복지부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해외 사례 같은 것들을 봤을 때 청년기 취업의 어려움이 사회적 일탈 행위로도 많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② 사회적 비용, 경제적인 손실까지 발생
김광석|교수
청년 실업으로 야기되는 중장기적이고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크지만, 단기적으로도 사회적 비용이 듭니다.

"고립·은둔 청년 명당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약 15억"
출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광석|교수

가장 대표적으로 실업자가 고립 청년이 된다면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겠죠. 고립 안 된 청년보다 고립된 청년이 2.15배나 실업급여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많은 재정 지출이 필요하고 이런 것들은 또 사회 문제로 또 야기될 수 있고 악순환인 거죠.

"고립된 청년이 받는 실업급여로 1년에 약 713억 원 추가 지출"
"기초생활보장급여도 1년에 약 1,381억 원 추가 지출"

출처 : 청년재단, '청년의 고립은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까요'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국가적인 손해도 굉장히 많이 있죠. 예를 들어서 청년들이 일을 못하면 그동안 국가에서 생산이 줄어드니까 GDP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요.
김광석|교수

일단 우리 한국 경제를 놓고 봤을 때 장기적으로 2035년까지 2040년까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것이 가장 걱정이거든요. 실질 성장률의 일시적인 둔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잠재성장률 자체의 구조적인 둔화, 이게 가장 우려스러운데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그 세 가지 요소 노동 투입, 자본투입, 총 요소 생산성 이 중에서 특히 노동 투입이 줄어드는 거,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하는 그 시간이 계속 지연되는 것은 노동 투입이 더 줄어들게 만드는 현상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광석|교수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청년의 사회 진입 시점이 지연된다면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인 소득에 기반한 생활을 하는 시점이 지연되는 것이고, 내 집 마련 시점도 지연되는 것이고, 결혼 시점도 지연되는 것이고, 아이를 낳을 시점도 지연되거나 아이를 가질 의사나 결혼할 의사를 줄여놓는 요인으로까지도 전개되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를 청년실업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문제로서 고민해야 되는 그런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은행,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청년 고용 불안' 지적"
출처 : 한국은행,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청년의 일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장기 실업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청년의 장기 실업은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큰 부작용을 갖고 옵니다.
'스티그마 효과'라는 게 있는데요.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사회학·범죄학에서도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스티그마 효과'란 초범자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으면 스스로 범죄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어서 재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요.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 90%가 1년 안에 재범"
출처 : 대검찰청,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스티그마 효과를 취업 시장에도 적용해 볼 수가 있는데 '실업의 낙인 효과'라는 것을 이야기해 볼 수가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실업 기간이 긴 구직자의 경우는 뭔가 문제가 있어서 지금 계속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경제학적으로는 역선택, 이미 좋은 사람들은 다 데려갔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제 레몬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죠. 구직자 자신의 경우에도 스스로 점점 자신감을 잃고 '나는 해도 안 될 거야'라는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죠. 그 후 그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게 돼서 실업이 더욱 장기화되는 이런 현상이 있을 수가 있고요.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실업의 이력현상*'이라고 해서 실업이 장기화될수록 더 인생 후반부에 가서도 더 실업확률이 높아지는 것들이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실업의 이력현상 (hysteresis) : 청년기에 높은 실업률을 경험한 세대는 이후 연령기에도 고용과 임금에 있어서 지속해서 부정적 영향을 받는 현상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제가 이러한 관련 연구를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특히 대졸자의 경우에 취업이 1년 정도 늦어지면 향후 10년 동안 임금이 연평균 4~8% 정도 낮아지는 이런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기업 규모라든지 또는 고용 형태 쪽에 영향이 많이 나타났는데요.

"대졸자 취업 1년 늦어지면 이후 10년간 연봉 4~8% 낮아져"
출처 : KDI,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대한 시사점'
한요셉|KDI 노동시장연구팀장

첫 직장의 규모가 큰 경우, 예를 들어서 100인 이상 기업체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초기 임금이 높고 또 그것이 향후 10년 이상 계속 지속이 되는 것이 관찰이 되고요. 임시직으로 입직한 경우에도 똑같은 현상이 관찰됩니다. 처음에 임시직인 경우에는 임금이 낮은데 향후에 다시 또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수도 있는데 계속해서 임금이 낮은 효과로 이어진다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그만큼 첫 직장의 질과 임금이라든지 또는 기업 규모라든지 고용 형태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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