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인 가구에게 '공유 거실'과 느슨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며 '공간복지'를 실현해요"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청년 주거 문제. 도심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는 대부분 60㎡ 이하의 소형 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주거의 질 하락과 함께 고립감을 경험한다. 페어링스는 청년 1인 가구가 모여 쉴 수 있는 공유공간을 조성해 운영하는 회사다. 단순히 공간만 공유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유 문화를 만드는 페어링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청년 주거 문제가 사회적 이슈인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서울의 청년 1인 가구는 약 67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그중 60% 이상은 원룸에 거주하고 있어요. 방에 갇혀 사는 꼴이죠. 다세대형 소형건축물, 즉 원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청년 1인 가구는 답답함과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이미 1인가구의 사회적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예산을 편성해두고 있어요. 하지만 주거비 지원은 제한적입니다. 특히 지가가 비싼 곳은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일례로 테헤란로 이면의 원룸은 월세가 기본 100만 원에 육박하는데,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놓으면 방이 꽉 찹니다. 그래서 요즘 주거 트렌드로 떠오르는 게 공유 주거, 즉 코리빙입니다. 개인 공간은 프라이빗하게 사용하면서도, 거실이나 부엌 같은 공용 공간은 다른 입주자와 함께 공유하며 넓은 공간을 쓰는 방식이죠. 코리빙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공유 공간 내 입주자 간의 커뮤니티입니다. 사실 코리빙도 주거비가 싼 편은 아닙니다. 공급이 많지도 않고요. 현실적으로 다세대 원룸이 경제적인 데도 (코리빙을 선택하는 이유는 커뮤니티의 역할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 대해 청년회관으로 소개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인가요?
"다세대 원룸에 살며 숨통 트이는 거실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우리 페어링스는 라운지와 같은 공용 공간을 독립적으로 구현했습니다. 반드시 코리빙에 거주하지 않고도 집 근처 라운지에서 쉴 수 있도록요. 사무실, 세탁실, 주방도 공유하는 시대. 거실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몇몇 시골 마을을 제외하면 청년회관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예요. 청년회관은 로컬을 기반으로 청년이 모여 쉬기도 하고, 서로 돕고 함께 좋은 일을 하는 공동체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습니다. 페어링스는 지금 버전으로, 현재의 청년 세대들이 함께 모여 따로 또 같이 쉬고 좋은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합니다."
기존 코리빙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코리빙 하우스는 주거의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페어링스는 주거 중 '쉬는 곳'만 제공합니다. 코리빙이 지하 2층 식품코너부터 10층 리빙코너까지 모두 갖춘 백화점이라면, 페어링스는 7층에 있는 '쉼터' 또는 '라운지'의 역할을 하는 거죠. 페어링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쉬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모이기도 합니다. 잠은 건물 밖 각자의 집에서 자고요. 말 그대로 '느슨한 연대'입니다. 각자의 집이 있는지 여부만 차이일 뿐, 코리빙의 거실을 차용해 쉬는 곳을 만들었으니 기능적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렴한 금액으로 집 근처 공용 거실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리빙에 입주하려면 적게는 월세 1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까지도 부담해야 하니까요. 또한, 페어링스 구독자라면 누구나 공간 안에서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도, 이미 형성된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취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자생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공동체 의식과 주인 의식이 높아질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원룸에 오래 살았습니다. 보통 1인 가구의 거실은 '스타벅스'입니다. 쉬는 날 집에 있기 답답할 때 카페를 찾지만, 그 답답함과 고립감을 카페가 상쇄하진 못해요. 현대 청년들에게 라운지와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호텔 라운지나 공항 라운지에 가면 커피나 맥주를 한 잔 먹으며 독서를 하곤 하잖아요. 라운지를 주거의 연장으로 포지셔닝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어요. 코리빙이 우리 주거문화 속에 많이 녹아들기도 했고, 누구나 넓고 쾌적한 곳에 살고 싶은 건 마찬가지잖아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요?
"먼저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청년 1인 가구에겐 자는 곳과 분리된 휴게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설문조사로 집에 필요한 공간을 물었어요. 그 결과 서재, 홈바 및 홈카페, 홈시네마 순으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공용 라운지를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용 거실'이란 공간으로 브랜딩해 서재와 홈바, 홈카페, 홈시네마의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그 후 테스트 오픈 방문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방문객의 90%는 25세에서 35세 사이의 1인 가구였고, 우리 공간을 '극장, 카페, 바, 도서관'을 대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했습니다. 방문자의 재방문율은 약 89%로 구독 연결 비율도 높았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2030 세대 청년층은 느슨하지만 다양하며 안전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원한다'는 것이었어요. 이는 공간 내 사용자들이 직접 대면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며 검증을 끝냈습니다. 위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며 MVP(Minimum Viable Product·최소핵심기능)를 더욱 뾰족하게 다듬고, 구독 요금제를 도입해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범했습니다."
어떤 청년들이 페어링스를 찾나요?
"페어링스는 거실을 콘셉트로 한 휴게 공간입니다. 그래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으로만 처음엔 꾸몄는데, 많은 구독자들은 그냥 쉬기보단 발전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했어요. 예를 들어 집에서 책을 읽으면 늘어지고 나태해지다가도, 공유거실에 오면 독서에 대한 의지를 되살리는 거죠.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나 야근 일거리를 들고 페어링스를 찾기도 합니다. 의외로 페어링스에는 처음에 의도한 1인 가구, 2030 세대가 아닌 분도 30% 이상 찾고 있습니다. 집에 거실이 있는 사람도 페어링스를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공유 오피스나 공유 주방은 단순히 공간을 나눌 뿐, '공유'의 진정한 의미 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어요. 하지만 진정한 '공유'를 발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페어링스 첫 고객이 구독자가 되며 집에 있던 장식용 유리 글라스를 페어링스로 가지고 왔습니다. 여러 사람이 의미 있게 이 물건을 쓰길 바라면서요. 그 이후엔 많은 물건이 공용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물건이 아닌데도 모니터와 노트북 거치대, 게임기, 키보드 등 누구나 쓸 수 있는 물건이 페어링스에 있습니다. 페어링스의 공유문화에 진정성을 불어넣은 건 우리 구독자들입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202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주거혁신 소셜벤처 지원사업에 선정됐습니다. 현재 페어링스 본사가 있는 강남구 논현동 외에도 여러 대학가 등 청년 1인가구가 집중된 곳이 참 많습니다. 그런 곳에 진출해 1인 가구의 주거의 질,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해 주는 게 페어링스의 미션입니다. 꼭 페어링스라는 브랜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동네마다 헬스장이 있듯, 동네마다 공유거실이 있는 공간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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