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망 비웃는 하마스 1인자…두달넘게 가자지구 털어도 안잡혀

신유리 2023. 12. 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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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 위치조차 '미스터리'…휴전 압박 속 이스라엘에 타격
"자신만의 신념에 매몰…항복 없이 끝까지 싸우려 할 것"
하마스 1인자 신와르 2016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하마스는 곧 끝난다. 현상금은 40만 달러"

이스라엘군이 최근 며칠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 같은 전단을 뿌리며 하마스 1인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화 40만 달러(5억2천만원)는 가자지구 평균 월급의 1천50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현상금을 내건 것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내걸고 10주째 공격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가 어딨는지 실마리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기습에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두 달 넘게 가자지구에서 봉쇄와 폭격을 이어가면서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이같이 참혹한 민간인 피해에 국제 사회의 휴전 압박이 거세졌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신와르를 포함한 핵심 수뇌부의 위치조차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와르는 나이가 50대로 추정되며, 1980년대 말 하마스를 결성한 주축 중 한명으로,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특히 신와르가 이번 하마스 기습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보고 그를 제거하는 것을 하마스 소탕 작전의 핵심으로 내세워왔다.

이스라엘이 살포한 전단을 보면 신와르를 비롯한 하마스 주요 인사 4명의 사진과 함께 현상금 액수가 적혀 있다.

신와르 체포에 도움이 되는 첩보를 제공하면 40만달러, 형제인 무함마드 신와르의 현상금은 30만달러(3억8천865만원)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 사령관을 포함해 수천명을 제거하고, 가자지구 비밀통로로 쓰이는 지하터널을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최대 트로피'로 꼽힐만한 신와르 체포에는 이처럼 제보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신와르는 다른 하마스 사령관들이 음지에 숨어서 활동해온 것과 달리 종종 공개 행사에 참석하거나 심지어 연설을 하기도 하면서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서도 이름값을 높여왔다.

이 때문에 신와르를 포함한 하마스 최상위 사령부가 여전히 꼬리를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들이 계속 살아남은 채 하마스 부활을 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다고 NYT는 진단했다.

특히 국제사회 휴전 압박에도 총성을 멈추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이들의 교묘한 '도주극'이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은 수차례 신와르를 제거할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신와르는 4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이스라엘 첩자로 내몰아 살해했다는 혐의로 1988년 체포돼 재판에 넘겨져 20년 넘게 수감 생활을 했다.

그러나 신와르는 당시 감옥 생활에서 히브리어를 배우고 폭넓게 독서를 했다면서 '적을 알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신와르는 1993년 오슬로 협정 당시 다른 팔레스타인 분파가 이스라엘과 잠정적 평화 구상에 합의할 때도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도록 주도한 당사자다.

신와르는 또한 수차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했으나 2011년 이스라엘 군인 석방을 대가로 팔레스타인인 1천26명이 풀려날 당시 함께 감옥에서 나왔다.

신와르는 이후 가자지구로 돌아가 나머지 팔레스타인인 석방을 끌어내겠다며 지지를 얻어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번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에서 인질 240명 정도를 붙잡아와 지난달 일시 휴전에서 인질 일부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240명의 석방을 성사시켰다.

신와르 수감 당시 석방에 반대했다는 한 이스라엘 전직 당국자는 당시 신와르가 수감자뿐만 아니라 감옥 밖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는 커다란 위협이며, 만약 그가 풀려난다면 1년 안에 하마스 우두머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NYT에 말했다.

신와르는 실제로는 6년 뒤인 2017년 하마스 1인자가 됐다.

신와르의 위치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으며,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가 전쟁을 멈추겠다며 항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고 NYT는 전했다.

알아즈하르 대학의 한 정치학과 교수는 "그는 끝까지 싸우려고 할 것이다. 그는 아주 거칠고 잔인하다"면서 "불행하게도 계속 이렇게 될수록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와르가 자신의 이슬람 이념에 꺾이지 않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물러날 가능성이 없으며, "그는 그의 목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신이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천국으로 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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