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 데운 열살 어린이 “어려운 사람 도와주세요”

조율 기자 2023. 12. 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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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나흘 앞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파란 모자와 스웨터를 입은 5세 아이가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으며 모두에게 '성탄절 인사'를 외치자 주변에서 함박웃음이 쏟아졌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던 이날의 '최강 한파'처럼 얼어붙은 경기 탓에 구세군에도 '기부 찬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전국 330여 곳에 위치한 자선냄비 안에는 여전히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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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기자 명동서 구세군 체험
시민 따뜻한 마음에 한파 녹아
사랑의 손길 문화일보 조율 기자가 21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 이어!”

성탄절을 나흘 앞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파란 모자와 스웨터를 입은 5세 아이가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으며 모두에게 ‘성탄절 인사’를 외치자 주변에서 함박웃음이 쏟아졌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던 이날의 ‘최강 한파’처럼 얼어붙은 경기 탓에 구세군에도 ‘기부 찬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전국 330여 곳에 위치한 자선냄비 안에는 여전히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문화일보 기자가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하며 만난 시민들은 구세군 종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선뜻 지갑을 열었다. 특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돈을 넣는 아이들이 많았다.

엄마가 준 만 원을 자선냄비에 넣은 고모(10) 양은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어머니 박혜민(43) 씨는 “살기 팍팍한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에도 아이가 나눔의 가치를 알았으면 한다”고 웃었다. 모금활동을 하는 기자에게 “추운데 고생이 많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시민도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이어졌지만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세요”라는 외침을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명동 인근에 거주한다는 박동명(15) 군도 자선냄비에 1000원을 넣으며 “사실 친구들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많다”며 “현실에 맞게 카드 태깅 등을 통한 기부도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구세군 자선냄비는 현금과 QR코드, 전화를 통해서도 기부할 수 있다. 김승현(23) 씨는 “요즘 붕어빵이나 호떡을 사 먹으려 만원 정도는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는데, 구세군이 보이면 기부하고 있다”며 “작은 돈이지만 이 돈으로 이웃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경기 탓에 구세군 기부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기자가 참여한 두 시간의 모금활동 동안 20여 명의 사람이 모금에 참여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소완메따 구세군 사관학생은 “평일이기도 하고 날씨가 추워 참여율이 저조한 것 같다”며 “지역마다 참여율이 다르지만 명동의 경우 작년에 비해서는 줄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직전 1년간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은 58만9800원으로 2021년(60만3000원)과 비교해 1만3200원(2.2%) 줄었다. 1인당 평균 현금 기부금이 줄어든 것은 2011년부터 2년 단위로 통계가 집계된 이후로 처음이다.

올해 구세군 기부금은 다행히 예년 수준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전국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된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날보다 11%가량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19일 기준으로는 5% 감소세로 들어섰다. 구세군 관계자는 “현금 기부량은 예년과 비슷하게 가고 있으며 QR코드·전화 기부금은 예년에 비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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