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배에 목숨걸고 접근… 8명 구한 ‘바다의 의인’

지건태 기자 2023. 12. 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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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기쁨인데, 이렇게 명예로운 상까지 받게 돼 매우 기쁩니다."

해경과 한국해사재단은 이들 바다의 의인에게 총 6000만 원의 포상금을 수여했다.

해경은 2017년부터 매년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구한 의인을 발굴해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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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청, 개인4명· 단체1곳 포상
정훈 선장, 선박 화재 직접 목격
어선을 바로 옆에 대고 인명구조
박영환 선장, 상선 침몰현장 보고
겨울바다에 뛰어들어 9명 구해
21일 인천 송도 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3 바다 의인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가족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훈·강두영·정창균·홍영길·박영환 씨 등이 의인 표창장을 펼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누군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기쁨인데, 이렇게 명예로운 상까지 받게 돼 매우 기쁩니다.”

해양경찰청이 창설 기념일(12월 23일)을 앞두고 21일 ‘바다 의인’을 선정해 시상했다. 해양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 구조에 헌신한 개인 4명과 단체 1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전북 군산 어청도 남서방 해상에서 침몰하는 상선의 선원을 구조한 어선 선장 박영환(50) 씨는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당시 사고 선박은 30도 이상 기울며 침몰하고 있었고 설상가상 구명벌(고무보트)마저 팽창하지 않아 물에 빠진 선원들은 저체온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박 선장은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바로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 선원 9명 전원을 구조했다.

또 다른 의인 정창균(48) 씨 역시 지난 8월 제주항 인근 바다에서 불이 난 선박을 발견하고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어선을 사고 선박 가까이 붙였다. 그는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5명과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2명을 모두 구하고, 전속으로 배를 몰아 생명이 위독한 응급 환자까지 살렸다.

정훈(49) 씨는 지난달 충남 태안 북격비도 북쪽 해상에서 선박 화재 현장을 목격한 뒤 자신의 어선을 바로 옆에 대는 방식으로 승선원 8명 모두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사고 선박에서 난 불이 옮겨붙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그는 침착하게 구조활동을 펼쳤다.

선장 홍영길(52) 씨도 지난 9월 전북 하왕등도 인근 해상에서 침수된 어선의 구조 요청을 받고 곧장 뱃머리를 돌려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승선원 10명 모두의 목숨을 구했다. 야간에 발생한 사고여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선박 주변 부유물로 인명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주저치 않았다.

이 밖에 단체 부문을 수상한 한국해양구조협회 서귀포지부는 올해 민간 서프 구조대를 발족한 뒤 해상에서 표류하던 19명을 구조하고 선박 19척을 예인했다. 제주 지역의 민간 구조가 활성화됐다는 공로도 인정받았다.

해경과 한국해사재단은 이들 바다의 의인에게 총 6000만 원의 포상금을 수여했다. 해경은 2017년부터 매년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구한 의인을 발굴해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앞으로도 민간 구조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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