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소명과 ‘천룡인 면허’[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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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서 의사 면허는 '천룡인 면허'로 통한다.
의사의 권위도 수능 성적이 좋고, 정년 없이 연봉 수억 원을 버는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나올 뿐이다.
이미 의사들은 수익을 위해 환자를 가려 받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직업적 가치와 권위를 지킬지는 의사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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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서 의사 면허는 ‘천룡인 면허’로 통한다. 일본 만화 ‘원피스’에서 모든 법 위에 군림하는 귀족을 천룡인이라 부르는 것에 빗댄 말이다. 그만큼 냉소와 반감이 서려 있다. 하루아침에 쌓인 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의사를 보는 시선은 양가적이다. 의사를 부러워하긴 해도 존경하진 않는다. 의사의 권위도 수능 성적이 좋고, 정년 없이 연봉 수억 원을 버는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나올 뿐이다. 이는 사회적 지위에 걸맞게 소명을 다하면서 존중받는 권위를 얻는 데 실패한 탓이 크다. 헌신적인 의사들도 아직은 남아 있다. 하지만 지역과 필수의료가 무너지던 지난 17년간 의대 증원 논의에서 의사들이 보인 태도에 국민은 등을 돌렸다.
의대 증원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다시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2000년 이후 의사들이 파업을 한 건 다섯 번이다. 시차만 다를 뿐, 논리는 늘 같다. 의료 정책을 바꾸려 할 때마다 의사들은 가운을 벗어던졌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번지던 2020년 여름 총파업에는 전공의와 개원의가 합세했다.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막기 위해서였다. 보름간 파업이 이어지자 응급환자 여러 명이 숨졌다. 환자보다 의사의 생존권을 우선시한 결과였다. 코로나19 최일선에 있던 의료진을 응원하던 여론도 싸늘해졌다. 의사집단의 이익 앞에서 직업윤리마저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의협의 투쟁 방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공청회 한 번 열리지 않았던 3년 전과 달리 이번 정부는 수많은 협의체에서 의협과 수십 번 머리를 맞댔다. 논의는 답보 상태다. 오히려 협의 주체를 정부와 의협으로만 좁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소비자인 환자단체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도 반대했다. 의사만 의료의 주체여야 한다는 특권의식의 발로다. 논점을 흐리는 화법도 여전하다. 의협은 의료 접근성이 좋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서울 강남에는 피부과, 성형외과가 즐비하다. 반면, 살이 찢어지거나 화상을 입으면 치료받을 만한 병원은 마땅치 않다. 일부 개원의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를 하지 않아서다. 이미 의사들은 수익을 위해 환자를 가려 받고 있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두텁다. 의협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의사 고소득 논란에 대해선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동력으로 하는 계급투쟁적 이념이 담겨 있다”는 특권의식에 찌든 글로 빈축도 샀다. 최근 전 의협 회장은 ‘전국 전공의들에게 고합니다’란 칼럼에서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필수의료에 매진하지 않는 방법으로 투쟁하자”고 밝혔다. 정부와 국민들이 의사들에게 먼저 살려달라고 매달릴 것이라면서 전공의들에게 집단행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과도한 우월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란 비판이 쏟아진 대목이다. 의사에게 특권이 부여된 건 의료의 공공성 덕분이다. 의사 면허의 전제조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의사 면허가 성역에서 기득권만 누리는 방패막이로 악용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직업적 가치와 권위를 지킬지는 의사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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