쩔어![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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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쓰인 표현을 아는 이라면 젊은 축에 속할 것이다.
이것이 '쩐다'로 쓰이면 대단하거나 엄청나다는 뜻이며 '쩔어!'와 같이 쓰이면 엄청나게 좋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끔찍하게 나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올 한 해 쩔었어!'라고 스스로 표현한다면 한 해에 대한 성적표가 이미 나온 것이다.
혹시라도 일, 피로, 스트레스에 절어서 한 표현이라면 다가올 해에는 '쩔어!'라는 표현이 뿌듯함과 만족감에 가득 찬 것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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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쓰인 표현을 아는 이라면 젊은 축에 속할 것이다. 반면에 뜻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바른말, 고운 말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 이일 것이다. 그래도 ‘K-팝’ 열풍의 중심인 방탄소년단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고 ‘K-음식’의 대표인 김치와 관련된 표현이기도 하니 그 속내를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하다.
이 표현의 기원은 ‘푸성귀나 생선 따위에 소금기가 배어들다’는 뜻의 ‘절다’이다. 이 단어가 땀이나 기름, 술 등으로 쓰임이 확대되기도 하고 된소리가 되어 ‘쩔다’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쩐다’로 쓰이면 대단하거나 엄청나다는 뜻이며 ‘쩔어!’와 같이 쓰이면 엄청나게 좋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끔찍하게 나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단어의 변화가 무쌍하고 된소리에 쓰임도 종잡을 수 없으니 고운 시선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표현이다.
‘절다’ 또는 ‘절이다’는 김치를 담그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김칫거리에 소금을 뿌려 간을 하는 동시에 수분을 빼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맛을 더하고 저장성을 높이니 겉절이를 제외한 모든 김치에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땀에 절다’처럼 쓰이면 고된 일상을 나타낸다. 옷이 기름때에 절었다면 그 옷 주인공의 치열한 삶과 함께 남모를 어려움도 보인다. 그러니 이 단어가 삶에 적용되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다.
누군가 ‘오늘 구내식당 밥 쩔어!’라고 표현하면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 예상 밖으로 맛나고 영양가 높은 식단일 수도 있고 도저히 못 먹을 정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쩔었어!’라고 스스로 표현한다면 한 해에 대한 성적표가 이미 나온 것이다. 땀과 기름때에 쩔었더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한 해였길 기원한다. 혹시라도 일, 피로, 스트레스에 절어서 한 표현이라면 다가올 해에는 ‘쩔어!’라는 표현이 뿌듯함과 만족감에 가득 찬 것이길 기원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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