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업활력법으로 산업 대전환 가속화해야[기고]
내년 8월 일몰 규정에 묶여 생사가 불투명했던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개정안이 국회의 연말 스퍼트로 드디어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재편은 이제 안정적이고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기업활력법은 과잉공급에 직면한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그 중요성이 대폭 커졌고 지원기업의 수도 크게 늘었다. 신산업 진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사업재편까지 지원하게 됐기 때문이다. 올 12월 기준으로 사업재편 승인기업은 총 473개 사로 37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견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는 기업활력법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보다 연평균 승인 기업 수에서 훨씬 많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기업활력법 개정안은 과거 두 차례의 개정 때와는 달리 사업재편 정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동안 개별기업 단위의 사업재편에 초점을 맞춰 지원기업 확대에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산업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방향성과 영향력에 초점을 맞춰 산업생태계 전반의 사업재편 및 산업전환 효과 극대화에 역점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사업재편 협력체계 개념을 도입했다. 금융권을 비롯해 산업 관련 지원기관과 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각 산업의 선도기업이 참여하는 ‘산업별 사업재편지원협의회’가 신설된다. 이를 통해 사업재편 기업들을 위한 수요발굴과 펀드 조성, 기술 및 인력 지원 등의 종합지원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산업생태계 차원의 전체적인 사업재편 추진이 용이해지고 최근 경제안보의 핵심이슈로 부상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도 기여하게 된다.
사업재편 정책의 체계적 추진과 모니터링을 통한 정책의 지속적 개선에 필요한 개정도 이뤄졌다. 사업재편 종합지원센터의 설치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사업재편 전문지원기관을 선정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특례를 도입하고 권역별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렇게 새로운 무기들을 장착한 기업활력법은 저성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활력을 잃고 있는 기업들에 사업재편의 기회를 제공하고 든든한 디딤돌이 돼 줄 것이다.
그렇다고 사업재편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의 실적을 보면 기업들의 각자도생 사업재편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술과 수요 양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산업전환기에는 기업들의 이합집산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일본에서는 경쟁기업들이 경영통합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리켄과 NPR(일본피스톤링)은 급속하게 위축되는 내연기관차 시장의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돼 ‘잔존자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경제산업성에 경영자원 통합 사업재편을 신청하고 올 9월 승인받았다. 이번 경영통합으로 피스톤링 세계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상승해 시장 주도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처럼 경쟁기업이 지주회사를 설립해 공동구매, 물류 공유, 관리분야 통합운영 등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면 비용 절감과 생산성 제고에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래사업은 각사가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리켄은 수소엔진, NPR은 전기차용 모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개정법을 토대로 한 지붕 두 가족 협력경영 모델과 같은 기업들의 다양한 협력과 통합 모델을 적극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수출성장 시대를 견인했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대전환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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