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혁신’ 날개 다는데...한국만 제자리

2023. 12. 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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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유사 SAF 양산 속도
韓 낡은규제에 500조 시장 내줄판
정유사 사업 확대 새 법안 계류 중
지난 18일 서울시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 석유 컨퍼런스’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국내 SAF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한영대 기자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시설도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글로벌 정유사인 핀란드 네스테는 연간 최대 100만t(톤) 이상 양산하고 있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성장 가능성이 큰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석유제품 원료로 작물 등을 인정하지 않는 낡은 제도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이른 시일에 SAF 관련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정유·에너지 업체들은 SA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SAF는 옥수수, 사탕수수와 같은 작물과 폐식용유 등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항공유이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발생량이 80% 적다.

SAF 시장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네스테’다. 생산 시설을 한창 구축하고 있는 다른 정유사들과 달리 네스테는 이미 싱가포르, 네덜란드 공장 등에서 SAF를 양산하고 있다. 싱가포르 공장은 연간 최대 100만t의 SAF를 생산할 수 있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에너지 회사인 쉘은 내년부터 SAF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일본 에너지 기업인 ENEOS는 미쓰비시와 2027년부터 원자재 조달과 제조, 유통까지 처리하는 일본 내 SAF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철현 HD현대오일뱅크중앙기술연구원 상무는 18일 서울시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 석유 컨퍼런스’에서 “메이저 정유사들은 기존 공정 일부를 바이오 원료 공정으로 전환에 나서는 등 관련 설비 투자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유·에너지 회사들이 SAF에 주목하는 이유는 탈탄소 트렌드 영향으로 SAF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2021년 기준 약 2억달러(약 2600억원)에 불과한 글로벌 SAF 시장 규모는 2050년 4020억달러(약 52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주요 국가 및 기구들의 환경 규제도 SAF 시장을 키우고 있다.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은 “국제연합(UN)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7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규제를 두고 있다”며 “SAF 산업은 초기 시장을 빠르게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유 생산능력을 갖췄음에도 SAF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생산시설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현행 석유·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사업은 석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 석유 외 석유 제품 원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대체연료에는 폐식용유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SAF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GS칼텍스도 SAF를 생산하지 못해 네스테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으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사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등 법 개정 수정법안 또한 여전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SAF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은 각각 도입 의무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SAF 저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SAF 제도에 대한 방향성조차 부재하다.

이정준 GS칼텍스 에너지기술개발팀장은 “SAF를 비롯한 바이오 연료가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정책 수립이 매우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원재료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향성이 정확해야 기업은 물론 대학, 기관 등도 연구개발을 시작한다”며 “정책이 수립되면 각 기관들은 바이오 연료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AF 원료 확보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김영대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사탕수수 등 바이오 연료 원재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풍부한 원재료를 갖고 있는 중국, 동남아 등과 손잡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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