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윤대통령과 달라, 그가 내밀 카드는 뭐냐”…야당서 퍼지는 경계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며 환영했다. 정부 심판론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전 장관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며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도부는 한 전 장관을 향해 비판과 조롱 섞인 환영 대신 축하의 말을 전했다. 특히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통해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 시절의 한동훈이 아닌 정치인 한동훈으로서 유능함과 실력을 보유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설정해 달라. 과감하게 할 소리는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축하한다”며 “집권여당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잘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尹 색채만 짙어져 정부 심판 프레임 강화”

민주당 다수의 의원들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 전부터 환영하는 반응이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 심판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우리 당은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윤 대통령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가 ‘인사’인데, 그 책임은 인사 검증을 해야 하는 한 전 법무부 장관이 가장 크다. 혁신을 위한 비대윈데 오히려 윤 대통령 색채만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정부 출범 초기에는 한 전 장관이 국민들에게 이미지가 좋아서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였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존재가 많이 가벼워져서 비호감도가 높고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에게만 인기가 좋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도 최근 MBC 라디오에서 “상당히 반가운 일”이라며 “(정권) 심판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는 존재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韓 실책만 기다리다간 민주당 필패”

다만 일각에서는 ‘한나땡’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은 대중적 인기가 있다는 점과 김기현 지도부 사퇴 등 ‘변화’의 모습이 보수층을 결집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4선 중진의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의 등장을 낮게 평가하며 ‘한나땡’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며 “한 전 장관은 술을 좋아한다는 윤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적었다.

정 의원은 “막연히 한 전 장관의 실책만 기다리고 방심하다가는 필패할 것”이라며 “한 전 장관이 쓸 모든 카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그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민주당은 정말 정신 바싹 차리고 굳게 단합해 혁신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한 전 장관과 여러번 충돌했던 박용진 의원도 전날 SBS 라디오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나땡 이런 얘기나 하고 앉아 있으면 국민들은 ‘저기는 몸부림이라도 치는데 너희들은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해서 뭘 하고 있다는 거야’라고 반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수직 당정 관계·김건희 특검법 공세

민주당은 ‘수직적 당정 관계’와 ‘검찰공화국’ 프레임으로 대여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28일 통과를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도 민주당의 대여 카드 중 하나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윤 대통령이) 전두환의 안기부 출신 장세동을 원하는 게 아닌가”라며 “바로 자기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더 수직 직할적인 당 대표를 원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검찰 출신의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게 국민의 생각과 상식에 전혀 안 맞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받으면 땡큐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도 괜찮다”며 “앞으로 보여질 행동이 눈에 선하다. 국민들은 분노에 차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