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위인사 "팔 자치정부 가자통치 허용가능"…입장변화 조짐?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가 종전 이후 가자지구 통치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맡기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간 미국이 추진해온 이런 방안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혀왔으나, 이제 이스라엘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어 매체인 엘라프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사라진 다음 날 PA를 (체제에) 통합시키고 싶은 국제사회와 이 지역 각국의 열망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폭넓은 대중적 지지와 정당성을 가진 온전한 팔레스타인 통치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 기구가 누가 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형태의 PA는 이를 성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당한 노력과 국제사회·지역 각국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 과정을 위해 PA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이스라엘은 "이런 노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PA가 이스라엘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지 않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청년 세대를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정부의 핵심 인사인 그의 이런 발언을 놓고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자세가 바뀌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한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브리핑을 통해 PA의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하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 관리는 "(하마스가 축출되는) 그날 이후 PA가 가자지구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를 모두가 바란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지금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분별력을 갖추고 증오에 휩싸이지 않은 이들이 지도부가 되는 새로운 가자지구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PA가 "화해의 비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가자지구를 돌보는 새로운 현지 민간 지도부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리는 또 PA가 가자지구의 '비군사화', '비급진화'를 실현하려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며, 이런 목표는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각국 정부와 유엔·미국·유럽 등의 도움을 받는 "현지 지도부"에 의해 달성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네그비 보좌관의 발언에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극우 세력도 즉각 반발했다.
연정 내 대표적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히리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이 (칼럼의) 입장은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그에게 조용히 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네그비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압박에 이스라엘 정부도 자세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개혁을 거쳐 새로 활성화된 PA가 가자지구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PA가 고령의 지도부를 내보내고 선거 일정을 제시하며 치안 병력을 미국의 훈련 지원을 받아 전면 개편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88세의 노령인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하마스에 참패한 2006년 총선 이후 단 한 차례의 총선이나 대선도 치르지 않고 반대파를 탄압하며 집권을 지속해왔다.
따라서 PA가 선거 등을 통해 정당성과 효율성을 되찾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미국은 또 이번 전쟁 발발 이후 PA의 치안 병력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현지 활동을 잘 단속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PA 병력이 훈련을 다시 받고 보강되면 가자지구를 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PA에 가자지구 통치 역할을 맡기자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 PA가 하마스만큼이나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한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2일 PA를 겨냥해 "우리 민간인과 군인의 위대한 희생 이후 나는 테러리즘을 가르치고 지원하고 자금을 댄 이들의 가자지구 진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함마드 시타예흐 PA 총리도 WSJ과 인터뷰에서 PA가 가자지구를 다스릴 준비가 돼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한 이후에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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