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테면 막아봐"…中 반도체에 또 제재 거는 美, 실효성은 '글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정부가 레거시(구형)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이 중국과 '칩워(반도체 패권 경쟁)'를 벌이면서 기술 제재 방안을 꾸준히 내놓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만 나오고 있어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각) 미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이 내년 1월부터 방산·자동차·통신 등 주요 산업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레거시 반도체 사용 현황과 조달처를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 레거시 반도체 생산의 공정경쟁 촉진, 중국에 의한 미국의 안보 위험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수출통제 조치를 최근 몇 년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힘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지자 추가 제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전 조사 과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통신, 자동차, 방위산업 기반과 같은 핵심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레거시 반도체는 필수"라며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외국 정부의 비시장적 조치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일이 국내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 속에 일단 우리 정부도 이번 일에 대해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미국 등 주요국과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왔다"며 "이를 기반으로 공급망 강화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 정부와 협의·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제재를 비웃듯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실제 중국의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 5나노(㎚=10억분의 1m) 기술 프로세서를 탑재한 '국산' 신형 노트북을 최근 공개해 주목 받았다. 화웨이의 비즈니스 노트북 '칭윈 L540'에 사용된 '기린 9006C' 프로세서는 8코어 아키텍처(구조)에 최대 3.13㎓(기가헤르츠)의 클럭 속도를 제공한다.
화웨이는 2020년 10월 발표한 스마트폰 '메이트 40' 시리즈에 대만의 TSMC가 만든 5나노 공정 프로세서 '기린 9000'을 썼으나 이후로는 미국 제재로 TSMC 칩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 탓에 3년 가까이 5G 스마트폰도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8월 나온 최신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는 7나노 기술로 제작된 '기린 9000S'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제조를 맡았는데, '기린 9006C' 역시 SMIC가 생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SMIC가 5나노 첨단 반도체를 자체 양산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 제재를 뚫고 기술 진보를 이뤄낸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기술 제재가 역으로 중국의 첨단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는 결과로 점차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 찾기에도 한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2곳은 말레이시아 칩 패키징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칩 제조를 요청했다.
미국은 그동안 인공지능(AI) 혁신용 또는 슈퍼컴퓨터·군사 응용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는 첨단 기술에 중국이 접근하는 걸 제한할 목적으로 각종 제재 방안을 마련해왔다. 실제 지난해 10월 7일에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올해 8월 9일에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사양이 낮은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지난 10월 △AI 칩 규제 강화 △제재 우회 차단 등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말레이시아를 새로운 탈출구로 삼는 모습이다. 화웨이의 전 계열사인 엑스퓨전(Xfusion)은 지난 9월 말레이시아의 GPU 서버 제조업체인 네이션게이트(NationGate)와 제휴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반도체기업 스타파이브(StarFive)도 말레이시아 페낭에 디자인센터를 건립 중이다. 존 치아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기업 유니셈 회장은 "무역 제재와 공급망 문제를 겪는 중국의 반도체 칩 설계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조립 생산) 공급원을 확보하려 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할수록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지원은 크게 강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산화 속도를 높여 한중 반도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도 대응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의 제재 덕분에 중국의 추격 속도가 더뎌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이제서야 5나노 칩을 내놨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재가 있기 전까지는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수준을 훨씬 빨리 따라 잡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국 덕분에 중국이 아직 5나노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며 "중국이 어떤 기술을 갖고 5나노 칩을 생산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고 단정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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