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는 책 속에서 갓생·위로를 찾았다
‘올드 보이’의 귀환, 여전한 인기
엔데믹에 여행 콘텐츠 다시 부상
고물가, 소비침체, 감원 한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힘들게 지나 일상으로 복귀를 완료한 지금, 예상치 못한 경기 불황의 여파로 올해 모두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더욱 치열해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갓생(God生)’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경쟁에 지쳐 힘들어진 사람들도 늘었다.
덕분에 서점가에선 어느 때보다 자기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렸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콘텐츠도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이와 함께 문학계에선 ‘올드 보이’들의 귀환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신작을 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선 조정래, 김홍신, 공지영 등이 책을 냈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경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여행 콘텐츠의 인기가 다시 높아졌고, 영화에서 시작된 관심이 도서로 옮겨붙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는 독자들이 주로 책을 만나는 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 밀리의서재, 공립도서관 등에서 베스트셀러 및 인기 대출 목록 등을 받아 올해 독자들이 어떤 책에 열광했는지 분석했다.
불황의 시대, ‘라떼 시절’ 조언이 그립다
올해 서점가의 가장 큰 화두는 자기계발서의 선전이다. 교보문고의 올해 베스트셀러 톱(Top)5 중 자기계발서가 3권을 차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 올해(1~11월) 교보문고의 자기계발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8% 늘었다. 불황의 시대에 갓생을 꿈꾸는 젊은 독자들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특히 ‘세이노의 가르침’은 수 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독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 밀리의서재 등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았을 정도다.
실제로 ‘세이노의 가르침’은 3월 출간된 이후 33쇄를 찍으며 73만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1000억원대 순자산을 보유하게 된 자수성가 인물인 세이노가 2000년부터 기고를 시작한 신문 칼럼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연놈’ ‘개소리’ ‘닭대가리’ 등 거친 표현과 수사들이 종종 등장하고, ‘라떼식’(나 때는 말이야)의 조언이 많아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평가절하 되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은행과 거래하는 법, 경매 활용법 등 구체적인 경제 지식과 조언 등이 나와 그의 글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았다.
‘세이노의 가르침’처럼 이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쓴 자기계발서가 올해 유독 MZ(밀레니얼+Z)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이 파파산 대표 게리 켈러의 ‘원씽’이나 온라인 마케팅 비즈니스로 성공을 거둔 자청의 ‘역행자’, 김승호 스노우폭스 그룹 회장의 ‘사장학개론’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에선 ‘라떼식 조언’이 금기시 되지만, 사실 젊은 세대들이 진짜 원하는 건 선배들의 경험이 우러난 진실어린 조언인 셈이다.
‘위로’ 키워드 인기...해외 베스트셀러작가도 선전
자기계발뿐 아니라 ‘셀프 분석’과 ‘위로’의 콘텐츠도 여전히 사랑을 받았다.
무한 경쟁시대에 갓생을 위해 노력하지만, 성공의 열매를 획득하는 건 사실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덕분에 끊임없는 자기 성찰은 물론, 실패에서 오는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위로가 무엇보다 필요했고, 이를 책 속에서 찾았다.
서울역 앞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로 변신한 독고가 염 사장은 물론, 동료 알바와 손님 등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상처도 치유하는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1권에 이어 2권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21년 4월 출간된 이후 1, 2권의 통합 판매 부수가 100만 부를 넘을 정도로 입소문이 난 만큼 서점 뿐 아니라 동네 도서관에서도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불편한 편의점의 성공 이후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거나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내용의 문학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유영광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전자책으로 선공개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규형 원장의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나 4050세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김미경의 마흔 수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등 독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인문 서적들도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 온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기세도 여전했다.
6년 만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으로 돌아온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간 첫날 이례적으로 3쇄 인쇄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꿀벌의 예언’을 내놓고 4년 만에 한국 독자들을 만나러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베스트셀러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초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가에서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 등도 만화책이나 양장본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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