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대학서 총기 난사… 14명 사망·25명 부상

윤솔 2023. 12. 22. 11: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 도심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21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총격범을 포함한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르틴 본드라세크 체코 경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렐대에서 일어난 총격으로 14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학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체코 프라하에서 21일(현지시간) 경찰이 사건 발생 장소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프라하=신화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총격범은 카렐대에 다니는 24세 남성으로 드러났으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모두 대학 부지 안에서 총을 맞았으며, 상당수는 이 학교 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총격범이 해외 총기 난사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테러리즘이나 극단주의 단체와의 관련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총격범이 총기 난사에 앞서 살인을 저지른 정황도 파악됐다. 본드라세크 총장은 총격범이 이날 오후 프라하 외곽 고향마을에서 55세인 아버지를 살해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프라하로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총격범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그가 지난 15일 프라하에서 한 남성과 그의 생후 2개월 딸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총격범은 총기 허가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총기 난사 당일도 여러 자루의 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라하 한복판에 위치한 대학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일대가 혼란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체코 프라하 카렐대에서 총격범의 진입을 막기 위해 문 앞에 책상과 의자를 쌓아올린 모습. 제이콥 와이즈만 X(옛 트위터) 캡처
이 대학의 석사 과정 학생인 제이콥 와이즈만은 사건 당시 X(옛 트위터)에 “현재 교실에 갇혀 있다. 범인이 문을 열려고 하기 전에 문을 잠갔다”고 적었다.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를 찾은 그는 총소리와 비명을 듣고 문을 잠근 뒤 문 앞에 책상과 의자를 쌓아올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했다. 

와이즈만은 문을 잠근 직후 누군가 자신이 있던 교실의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총격범이) 문을 열려고 하기 5분 전에 문을 잠갔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건 현장 인근 슬리보비츠 박물관에서 신혼여행 중이던 톰 리즈(34)는 건물 안으로 경찰관이 들어와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가 통역을 요청하자 경찰이 총격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줬다고 현지 언론 PA미디어에 전했다. 

리즈는 “직원들은 모든 불을 재빨리 껐고, (시민들이) 침착할 것을 요청했다”며 밖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동안 한 시간 넘게 박물관에 갇혀 있었다고 전했다. 

보후슬라프 스보보다 프라하 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에 시민들이 느끼는 당혹감을 대변했다.

그는 “우리는 (총격 사건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 세상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국영방송 체스케텔레비제에 말했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체코 프라하 카를대의 철학부 건물 앞에서 21일(현지시간) 두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양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프라하=AP연합뉴스
체코 정부는 총격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체코는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편이다. 총기 면허를 취득하려면 건강 검진과 무기 숙련도 시험을 받아야 하지만, 범죄 기록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체코의 총기법은 “총기를 취득·보관·소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2021년 개정된 기본권 헌장에서도 “무기로 자신의 생명 또는 타인의 생명을 방어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가 1060만명 정도인 체코에서 약 30만7000여명이 총기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600여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던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체코에서도 종종 이 같은 총격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19년 12월에는 42세 남성이 체코 오스트라바의 병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사망했고, 2015년에는 63세 남성이 우헤르스키 브로트 마을의 식당에서 8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