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vs 희토류...영역 넓어지는 미중 무역갈등

2023. 12. 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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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산 범용 반도체까지 잇단 규제
中, 수출금지 제한 목록 개정으로 맞불
전기차·의료기 가장 큰 공급 타격 우려
재선 도전 바이든 ‘대중 추가 제재’ 전망
미 희토류 광산업체 MP 머터리얼즈의 캘리포니아 광산.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생산시설을 늘리는 등 자급 확대에 나섰다. [로이터]

중국이 전략물자인 희토류의 가공기술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대적인 대중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까지 정조준하고 나서자 꺼내 든 카드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저녁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 개정판을 발표했다. 이는 2020년 목록을 개정한 것으로 항목은 기존 164개에서 134개로 줄었지만, 미·중 대립이 첨예한 첨단기술 분야와 중국이 엄격하게 관리 중인 희토류의 채굴과 선광, 제련 기술 수출 금지가 포함됐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희토류 가공기술에 대한 수출금지를 해당 목록에 추가하는 것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미사일 등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17가지 희소 광물로,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특히 전기차 모터와 의료기기 등에 사용되는 중희토류의 공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무게에 따라 경희토와 중희토로 분류되는데 중희토의 가격이 더 비싸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희토류 가공기술 수출을 금지한 것은 서방의 희토류 ‘자급 노력’을 저지함으로써 시장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2022년 기준 중국 희토류 수출입의 가장 큰 상대국인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희토류 생산 및 가공 능력 확대에 나서왔다.

미 희토류 광산업체인 MP머티리얼즈의 경우 희토류 정제를 위한 공정을 갖추고, 최근들어 캘리포니아에서 희토류 가공량을 서서히 늘려왔다.

미국에서 희토류 가공시설을 개발 중인 돈 스와츠 아메리칸 레이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희토류 무기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전략을 앞세워 대중 제재망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중국은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지난 8월부터 통제한데 이어 이달부터는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다음 차례는 희토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에스토니아에서 희토류 선광을 담당하는 네오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의 콘스탄틴 카라얀노풀로스 전 CEO는 “이번 발표는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무역제한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글로벌 청정기술 공급망의 지배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도 미 언론에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전기차 등을 겨냥한 대중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블룸버그는 당국자를 인용해 상무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 등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중국의 첨단 반도체 견제에 열을 올려온 미국이 이제는 저가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까지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매체는 미 정부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산 범용 반도체를 겨냥한 관세 등의 무역 도구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이 경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면서 우려스러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를 봐왔다”며 이번 조사가 “우리의 다음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은 전기차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도 더욱 높일 태세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백악관과 경제 관련 부처들이 전기자동차 등 3000억달러(약 391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인상 대상에는 전기차를 비롯해 태양광 제품, 전기차 배터리팩 등도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대중 강경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의 내수 시장 침체로 값싼 중국산 청정에너지 제품이 국제 시장에 밀려들어오면서,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미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관세 인상 검토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전기차 관세 인상 검토 소식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를 명분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따르며 시장 경제와 공평 경쟁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을 위협하는 노골적인 보호주의”라고 비판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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