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이 본업보다 수입 짭짤···파크골프 강사로 인생 2막 열다
셀프 홍보 1년 만에 강의 제안 잇따라
"머리로만 구상하지 말고 라운딩 뛰라"
지난 19일 11시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복지센터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중장년 10명 남짓 모인 이곳은 파크골프 수업 현장. 교실 앞에 선 안은하(54) 씨는 플루트와 피아노를 가르치는 20년 차 프리랜서 음악가이자 파크골프 강사다. 두 해 전, 우연히 만난 파크골프로 인생 2막을 열었다. 파크골프 지도자 자격증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그 활용처를 살린 경험담을 듣기 위해 안 씨를 만났다.
2021년, 정년퇴직 앞두고 인생 2막의 향방을 찾던 남편에게 안 씨는 “뭘 잘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화두를 던졌다. 남편은 ‘골프’를 떠올렸다. 부부는 식탁에 앉아 골프와 관련된 일자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게 ‘파크골프’다. 미디어에서도, 친구들을 통해서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해 생소했다. 이제부터 알아 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인근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찾아갔다.
“100세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일이구나 싶었어요. 10초 만에 ‘필’이 왔죠.”
우연이 운명이 됐다. 그길로 안 씨는 파크골프에 푹 빠졌다. 남편의 퇴직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지만 오히려 남편은 무덤덤했다. 반면 안 씨는 기관에서 받아온 책을 그날 밤 40번 완독했다. 아직도 강의 전날 5번씩은 읽는다. 지금까지 100번은 읽었다는 설명이다. 대한파크골프연맹에서 파크골프 2급 지도자 자격증, 파크골프 2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고서는 2022년부터 강사 일을 시작했다.
이제 막 발을 뗀 강사에게 일이 들어올 리는 만무했다. 제안이 없으니 셀프 파크골프 전도사가 됐다. 친구들에게 파크골프를 소개하고 구장으로 데려가 가르치며 경험을 쌓았다. 장비가 없는 친구에게는 자신의 파크골프채를 빌려주면서까지 파크골프에 입문하게 했다. 라운딩이 영업이었다. 명함을 만들어 뿌렸다. 작은 일자리라도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셀프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에 강의 일지를 일기처럼 적었다.
1년을 꼬박 투자하니 올해부터는 일거리가 찾아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단법인 대한파크골프연맹이 매월 진행하는 파크골프 지도자 2급 과정을 진행하고, 강사가 된 경험담을 녹여 강사코칭 수업도 열었다. 서울, 구리, 강릉 등 활동처가 전국으로 넓어졌다. 안 씨는 파크골프의 인기가 실감 난다며 “작년만 해도 파크골프가 뭔지 먼저 설명해 드려야 했는데 이제 강의 제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수익도 쏠쏠하다. 부수입이 본 수입을 넘어섰다. 매달 최소 150만 원은 번다. 강의가 많을 때는 월수입 10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안 씨는 강사의 꿈을 안고 자격증을 따고는 한 달도 안 돼 포기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그는 강사 자격증을 잘 활용할 비결은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업을 그만두고 파크골프에 ‘올인’하기보다는, 봉사도 하고 부 강사로도 일해보는 등 작은 스텝부터 밟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음악 프리랜서로 수입이 있었기 때문에 재능기부를 하며 파크골프 강사로 설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강사 일도 운전과 똑같아요. 운전면허를 딴다고 바로 잘하는 게 아니고 서서히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익히는 거잖아요.”
라운딩을 1년 동안 꾸준히 나가라고도 조언했다. 머리로 구상하는 강의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성사되지 않는 일인 만큼 직접 라운딩을 뛰고, 누구에게라도 솔선수범해 알려주면 자연적으로 강의 청탁이 들어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파크골프 입문 3년차인 그의 또 다른 목표는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명랑 코믹 파크골프 대회’도 꿈꾼다. 폼이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빨리 홀컵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재미로만 승부를 보는 대회다. 안 씨는 “파크골프 시장은 무궁무진해 ‘만들기 나름’”이라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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