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글로벌 경제지형...“모든 것의 무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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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지정학적 목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사용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무기화돼 있다."
올레그 이츠코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경제학 교수는 지난 10월 열린 스탠퍼드경제정책연구소(SIEPR) 포럼에서 경제정책이 지정학적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분절화는 무역 비용을 늘리고 효율성을 낮춰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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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비용↑ 효율성↓ 세계경제성장 발목
IMF “상품 가격 변동성 더 커질 듯”
“우리는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지정학적 목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사용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무기화돼 있다.”
올레그 이츠코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경제학 교수는 지난 10월 열린 스탠퍼드경제정책연구소(SIEPR) 포럼에서 경제정책이 지정학적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가 후퇴하고 분절화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경제 지형도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블록이 형성되고, 블록 내에서 무역 흐름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는 무역을 위축시켜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식량 안보, 인공지능(AI) 등 전 지구적 공통 과제 해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정학적 분절화...세계화 후퇴 속 ‘신냉전’ 도래=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권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세계 경제의 구도를 재편했다. 미국은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중국은 ‘자력갱생(self-reliance)’을 내세워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출입을 통제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의 접근을 막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라는 명목 하에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탄소 국경세’ 역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같이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인 핵심 광물의 수출을 규제하고, 세계시장에서는 원전 가동의 핵심 원자재인 우라늄 사재기에 들어갔다.
▶비동맹 간 무역 위축...세계 경제 성장 저해=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이같은 신냉전 구도는 이미 자본과 재화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해 무역을 위축시키고 있다. 무역 연구기관 글로벌트레이드얼러트(GTA),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 제한 조치는 약 3000건으로 2019년의 3배에 달한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동맹을 맺은 블록에 맞춰 무역 흐름이 파편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든 지역에서 무역의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동맹을 맺지 않은 블록끼리의 성장은 더 크게 둔화됐다. 트레이드데이터모니터(TDM), IMF에 따르면 블록 내 무역 증가율은 전쟁 전 2.2%에서 1.7%로 감소한 데 비해 다른 블록 간 무역은 3%에서 -1.9%로 떨어졌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지정학적 노선에 따라 분절화하고 있다. TDM, IMF에 따르면 러-우 전쟁 이후 블록 간 FDI 프로젝트는 블록 내 FDI 프로젝트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분절화는 무역 비용을 늘리고 효율성을 낮춰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IMF는 세계 경제가 두 블록으로 나뉘고 두 블록 간의 무역이 제거된다면 세계 GDP의 2.5%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의 조정 능력에 따라 손실은 세계 GDP의 7%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타 고피너스 IMF 부총재는 “국가별로 보면 특히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경제 손실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소득 국가 식량 안보 위협...기후변화 대응도 지연=세계화의 후퇴는 기후변화, 식량 안보, AI 등 산적한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상품시장이 분열되면서 상품 가격이 급변하는 혼란을 초래했다. 이는 저소득 국가(1인당 GDP 1025달러 이하)에 더 큰 충격을 안겨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IMF는 지정학적 분절화가 진행될수록 상품 가격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의 분열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방해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광물과 농산물의 거래를 분절화시켜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에너지 전환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IMF는 “블록 간 핵심 광물 거래가 중단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및 전기 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분절화되지 않은 세계에 비해 30%나 감소한다”면서 “이는 기후변화 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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