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350억원 어치 수입했는데 낸 세금은 고작 22억

인천공항세관, 23억 탈세한 수입사 대표 등 7명 송치
한·EU FTA 악용해 6천유로 이하로 서류 위조 신고

인천공항세관이 적발한 세금 탈루업체 수입 물품 보관창고. <사진=인천공항세관>

외국에서 350억원 상당의 명품을 수입하면서 23억원의 관세와 내국세를 포탈한 혐의로 판매업체 대표 등 7명이 세관이 적발됐다.

인천공항세관은 판매업체 대표 A씨와 직원 등 7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부터 5년여간 이탈리아에서 고가 명품 가방과 의류 등 5만여점을 수입하면서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 관세와 내국세 23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할 명품을 3000여회에 걸쳐 수입하면서 협정세율(수입 건당 6000유로 이하 0%)을 받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FTA(자유무역협정) 원산지 신고서를 세관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한·EU FTA에 따라 반드시 유럽 관세당국에서 인증한 수출자만이 원산지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물품 가격이 6000유로 이하인 경우에는 협정세율에 따라 0%를 적용받는다.

세관 조사 결과 A씨 등은 6000유로를 초과하는 명품 수입으로 정식 FTA 원산지 신고서를 발급받을 수 없게 되자 고의로 물품 가격을 6000유로 이하로 쪼갠 서류를 작성한 뒤 직원·가족 명의로 설립한 개인사업자들이 6000유로 이하 물품을 수입한 것처럼 세관에 신고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물품은 미화 150달러 이하의 자가 사용 물품으로 위장되거나, 해외 출장 후 국내로 입국하면서 세관 신고 없이 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세관은 “이들이 정상적으로 납부했어야 할 세금은 총 45억 원 상당이지만, 실제로는 약 22억 원만 납부해 23억 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FTA 특례제도 등을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불법 행위를 엄정히 단속해 공정한 무역질서와 건전한 국가재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