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로 스트레스” 70대 아버지 살해한 아들, 1심 징역 20년

法, “피해자 고통 가늠 어려워”…심신미약 불인정
위치추적 장치도 10년 부착 명령

함께 살던 70대 부친을 살해한 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0)씨가 지난 5월 30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함께 살던 70대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해 아파트 집수정(물탱크)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아들에게 1심 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반정모)는 존속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김모(30)씨에게 징역 20년을 22일 선고했다.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10년 동안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가 시체를 은닉한 장소를 확인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부친을 살해해 시체를 숨겼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화장실에 있는 피해자의 뒤통수 등을 수 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사전에 물색한 곳에 시체를 숨긴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했을 당시 피해자의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들로 인해 피해자 가족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직계 존속을 살해한 존속살해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김씨 측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범행 당시 정신적 장애 등으로 인해 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난 1999년 자폐 3급 진단을 받아 장애인 등록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부친 살해 후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사실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김씨가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고 김씨의 모친이 선처를 탄원하며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당시 모친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시신 은닉 장소를 물색했다. 부친을 살해한 후에도 범행 현장을 청소하고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가리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5월 29일 부모와 함께 사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5층 자택에서 70세 부친을 흉기로 살해하고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 기계실 집수정에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