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신혼부부 100만쌍도 위태로운 현실… 광역시도 ‘결혼장려금’ 뿌린다
‘만남·결혼·정착·출생’ 패키지 정책 선뵌 대전광역시
결혼장려금 부부 최대 500만원 지급, 광역시론 최초
인구소멸地→대도시까지 현금… “효과성 검증해야”
지난해 신혼부부 수가 103만쌍을 기록해 100만쌍 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이대로라면 올해부턴 신혼부부 ‘100만쌍’ 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혼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선 ‘결혼 장려금’을 주는 정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간엔 인구소멸 지역인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한정적으로 내건 정책인데, 최근엔 광역시에서도 결혼 장려금 지급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암울한 혼인 통계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신고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의 수는 103만2000쌍으로 집계됐다. 2015년(147만2000쌍)과 비교해 7년 만에 30%나 급감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현재 집계 중인 올해 신혼부부 수는 90만쌍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혼인하지 않는 세태는 올해에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혼인 건수는 4만1705건으로, 분기 기준 역대 가장 작았다. 1년 전보다는 8.2%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뤄뒀던 혼인이 이뤄지면서 올해 초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 7·8·9월엔 연속해서 감소했다.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 역시 부정적이라, 미래 혼인율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36.4%로 집계됐다. 10년 전에 비해 20.1%포인트(p) 급감한 것이다.
혼인 통계는 결국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경제 당국자들은 이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가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 한도를 최대 3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 결혼하면 500만원 쏜다는 대전, ‘광역시’ 단위론 처음
지자체에선 해당 지역에서 결혼하는 부부에게 현금을 주는 정책이 퍼지고 있다. 그동안엔 전북 장수군 등 일부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서 파격적으로 내건 카드였으나, 최근엔 비교적 인구가 많은 광역시 단위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내걸고 나섰다.
대전광역시는 최근 만남·결혼·정착·출생 등 ‘풀 패키지’를 지원하겠다며 미혼 남녀부터 신혼부부, 출산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 정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결혼장려금 지급이다. 혼인신고 전 6개월에 더해 신고 후 6개월 등 일정 기간 이상 대전에 거주한 19~39세 이하 초혼 부부를 대상으로 각각 250만원씩, 즉 부부에 50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가동 준비 중이다. 시행 첫해인 2025년 22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대전시 같은 광역시 단위에서 결혼장려금 지급 정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대전시는 지난달 기준 인구 140만명 이상의 대도시로, 청년층 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해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현재 여타 결혼장려금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역으로는 ▲전라남도(광역자치단체) ▲전남 영암군 ▲전남 화순군 ▲충남 계룡시 ▲전북 김제시 ▲전북 무주군 ▲전북 완주군 ▲전북 장수군 ▲전북 순창군 ▲경남 산청군 등으로, 대부분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한다.
다만 해당 정책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란 과정을 통과해야 하므로, 대전시의 이런 정책이 현실화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의 신설·변경을 협의할 때 사회적 약자 대상 여부, 공적 지원 필요성, 지원 수준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심의하는 것이다. 정책 효과가 불분명한 무분별한 현금 복지 사업 등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다. 지금껏 결혼장려금 정책을 신설한 대부분 지자체가 이 과정을 무난히 거친 만큼, 대전시 정책 역시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겠느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역대급 ‘세수 펑크’ 등으로 지자체 자금난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이런 지자체의 정책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혈세가 남아도냐”, “땜질식 정책”, “결혼을 지원한다고 애 낳는 것이 아니다”, “과연 500만원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일까” 등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대도시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서 결혼장려금 도입 실험을 하는 상황에 갑론을박이 이는 가운데, 이참에 해당 정책의 효과성을 제대로 검증해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금성 지원의 효과가 반짝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결혼은 1년만 사는 게 아니다”라며 “일자리나 주거 정책 확대에 좀 더 집중해야지, 자꾸만 돈을 여러 군데서 주는 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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