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란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9] 띄엄띄엄 파업 중인 로마의 대중교통
[여행작가 신양란] 지난 14일 오후 6시경,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방문은 초고 작업을 마친 책 <가고 싶다, 바티칸>의 자료 보완을 하고, 로마 관광명소 몇 군데를 비디오 가이드로 소개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로마 일정을 보름으로 잡았는데, 원하는 걸 다 해결하기에는 다소 짧은 기간이다.
그러므로 ‘시간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기며 부지런히 돌아다니겠다고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왔는데, 15일 아침부터 문제가 생겼다.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로마 관련 정보를 검색하더니, “오늘 아침부터 로마 대중교통 파업이라는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8시 30분까지는 정상 운행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파업에 돌입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는 호텔비를 아끼기 위해 로마 외곽에 숙소를 잡았으므로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간 다음, 다시 지하철로 환승하여 도심으로 나가야 한다.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이 파업을 한다면 하루를 하릴없이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황금보다 귀한 여행자의 시간을 그렇게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하여 우리는 아침 식사도 포기한 채 부랴부랴 버스를 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긴 탔는데, 이번에는 기계가 말썽이었다. 승차권을 대면 인식을 해야 하는데, 끝내 먹통이었다. 볼로냐에서 버스를 탔다가 제대로 인식이 안 되어 억울하게 50배 벌금을 문 적이 있는 터라 이탈리아에서는 승차권을 태그(혹은 펀칭) 하는데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데, 버스 안 기계가 모두 먹통이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버스에서 내릴 수도 없는 일이라 배짱을 부리며 지하철 역까지 그냥 갔다. 혹시라도 검표원이 올라와 시비를 걸면 기계가 고장났다고 주장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안 생겼지만…….
그날은 아침 일찍 서두른 덕에 포폴로 광장에 무사히 닿을 수 있었고, 스페인 광장까지는 걸어서 이동이 가능했으므로 약간 우왕좌왕은 있었지만 계획대로 하루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저녁 때는 파업이 종료되었는지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정상 운행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17일에 또 문제가 생겼다. 호텔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20분 정도가 지나도록 단 한 대의 버스도 안 오는 것이다.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든 남편이 다시 검색을 하더니, “또 파업이고, 우리가 타야 할 버스는 9시 50분에 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때가 8시 30분 무렵이었는데 말이다.
하필 그날은 콜로세움 9시 50분 입장권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서 무작정 버스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택시라도 타려고 했지만 빈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버스 승강장 네 개 거리라 못 걸을 건 없었지만, 숨이 가쁘고 다리가 후둘거리는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자니 참 한심했다.
게다가 운행 편수가 줄어드니 버스고 지하철이고 미어터지는 상태가 되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호텔로 오는 만원 버스에서는 웬 청년의 손이 남편 재킷 호주머니로 쓰윽 들어오더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업이라고 하여 모든 버스와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진 않고, 운행 편수를 줄이는 거라 불편하기는 해도 이동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았다. 파업 중에는 시민에게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는 의미에서인지, 요금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첫날 기계가 승차권을 인식하지 못해 당황했는데, 파업 중이라 기계의 작동을 막아놓은 것이었던가 보다. 지하철도 평소에는 승차권을 대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인데, 파업하는 날은 다 열어놓고 있었다.
아무튼 갈 길 바쁜 여행자는 아침마다 ‘오늘도 파업하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신양란. 여행작가, 시조시인. 하고 싶은 일, 즐겁고 행복한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 저서로 <꽃샘바람 부는 지옥><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이야기 따라 로마 여행>등이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