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 사상’ 체코 대학 총기 난사범, 父·생후 2개월 아기도 살해한 듯
수사당국 “테러와 무관한 단독범행 추정”…‘국가 애도의 날’ 선포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체코 프라하의 명문 카렐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이 학교 학생인 총격범도 사망했다.
마르틴 본드라체크 경찰총장은 2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카렐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14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면서 "부상이 심각한 이들도 있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체코 CTK통신과 미국 CNN, 영국 가디언 등 현지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총격은 프라하의 대표적 명소인 카를교에서 불과 수백m 거리의 얀 팔라흐 광장에 위치한 카렐대 철학부에서 일어났다. 사건 당시 철학부 건물 지붕 위에서 어두운 색 옷을 입은 채 총기를 들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총격범은 24세 남성이며 카렐대 예술학부 학생이다. 다만 경찰은 사망한 총격범의 신체 훼손 정도가 심각해 아직 신원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드라체크 경찰총장은 총격범이 "'끔찍한 부상'으로 사망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경찰과 총격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총을 맞은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총격범이 해외의 총기난사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조사 중이다.
비트 라쿠산 체코 내무장관은 "조사당국은 (이번 범행이)극단주의 이데올로기나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범이 있다는 단서 또한 현재 포착되지 않아 단독으로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범은 이날 총기난사에 앞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이날 오후 프라하 외곽의 고향 마을을 떠나 프라하 시내로 향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고향에서 55세인 그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은 총격범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또한 총격범 자택 수색 결과, 그가 지난 15일 프라하에서 한 남성과 그의 생후 2개월 딸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총기 허가증을 소지한 총격범은 이날 여러 자루의 총을 갖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총격범이 카렐대 특정 건물에서 강연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건물에 있던 이들을 사전 대피시켰으나, 정작 총격은 다른 건물에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사건 당시 현장이 혼란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총격 당시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던 석사과정 학생 야코프 베이즈만(25)은 "총격범이 건물 내부에서 외부 발코니로 이동해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난간 너머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총격을 피해 교실 문을 막은 채 1시간 동안 있었던 그는 "처음에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린 뒤 상황이 진정되는 듯 했지만, 30분 뒤에 더 많은 총격과 비명이 들렸다"며 "밖으로 나갔을 때 주변이 온통 피투성이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인 이보 하브라네크(43)는 "처음에는 소란스러운 관광객이거나 근처 영화 세트장에서 난 소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학생과 교수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프라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사람들이 교실이나 도서관에 갇혀있다고 알렸고,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대피하는 모습의 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1348년 설립된 카렐대는 유럽에서 오래된 대학 중 한 곳으로 재학생이 4만9500명이며, 이들 중 철학부 재학생은 8000명이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카렐대 철학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총격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과 친지들에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총격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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