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가 싫어" 아버지 살해 후 물탱크에 유기한 비정한 아들

재판부 "아들에게 살해당했을 피해자 고통 가늠하기 어려워"…징역 20년
심신미약 주장 기각…"CCTV 가린 점 등 볼 때 범행 대처 능력 문제 없어"

함께 살던 70대 부친을 살해한 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30)가 30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는 부모와 함께 살던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친 A씨(70)를 흉기로 살해한 후 유기한 혐의(존속살해, 사체은닉)를 받는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잔소리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 후 물탱크(집수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형이 신고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모)는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김모씨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 명령을 내렸다. 다만 검찰 측에서 요구한 보호관찰 5년 명령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재판부는 "화장실에 있는 피해자의 뒤통수 등을 수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미리 물색한 장소에 시체를 은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들에게 살해당했을 피해자의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점, 모친이 선처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지난 5월29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친이 여행을 간 사이 70대 부친을 "잔소리가 심해 스트레스 받는다"는 이유로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후 부친의 시체를 미리 물색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물탱크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 측에서 주장한 심신 미약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 측 변호인은 "모든 범행에 대해 자백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범행 당시 김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서 범행 저지르게 됐고, 정신상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부친을 살해한 후 화장실에 물을 뿌려 청소하고 현관 입구와 엘리베이터 CCTV에 청테이프를 붙여 시체를 옮긴 점, 체포 당시 수사기관에 자신의 범행을 부정하다 다음 날 모친과 동석 하에 이뤄진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범행 당시 대처 능력에 별다른 장애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