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기억과 기록] "차 떼고 포 뗀 김진표 중재안.. 누굴 위한 특별법인가"
- 동짓날 태어난 딸.. 분향소에서 조그만 상 마련할 것
- 나중에 혼자 남을 외동딸.. '독립심' 강조하며 강하게 키워
- 스스로 학비-여행비 마련.. 겉으로 칭찬 못한 게 아쉬워
- 길바닥에 온 몸 누여가며 울부짖지만.. 돌아오는 대답 없어
- 보라색 꽃송이도 진드기 보듯 손사레.. 의원들 무엇이 두렵나
- 생각이 다르더라도.. 특별법이 도마 위에 오를 안건인가 박지연>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박지연 씨 (10.29 참사 희생자 조예진 씨 어머니)
☏ 진행자 > 네, 오늘 만나볼 분은 희생자 조예진 씨의 어머니 박지연 씨입니다. 어머님 나와 계시죠?
☏ 박지연 > 네.
☏ 진행자 > 오늘이 예진 씨 생일이에요?
☏ 박지연 > 네, 저희 아이는 동짓날 태어났어요.
☏ 진행자 > 그럼 오늘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세요?
☏ 박지연 > 일단 분향소에 가서 아이 보고 아이가 평상시에 생일 때 먹었던 것들 준비해서 올라왔어요.
☏ 진행자 > 평상시에 좋아하던 음식 준비해서.
☏ 박지연 > 네.
☏ 진행자 > 그럼 오늘 생일상을 그러면 분향소에서 이렇게 차릴 생각이신 거예요?
☏ 박지연 > 생일상 정도까지는 아니고 조그맣게.
☏ 진행자 > 조그맣게. 그럼 예진 씨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 어떤 거예요?
☏ 박지연 > 예진이는 농담 삼아서 아빠한테 왜 우리 집은 치킨을 매일 먹을 수 없냐고
☏ 진행자 > 치킨을 매일 먹을 수 없냐고요?
☏ 박지연 > 우리 집이 치킨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자기는 1일 1닭 할 수 있는 아이라고. 그만큼 치킨을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 진행자 > ‘1일 1닭’도 가능하다.
☏ 박지연 > 네.
☏ 진행자 > 그래요.
☏ 박지연 > 생일에는 치킨을 사준 적이 없어서 오늘도 치킨을 준비를 안 했어요.
☏ 진행자 > 오늘은.
☏ 박지연 > 네.
☏ 진행자 > 그나저나 분향소. 날이 엄청 추운데 지금 하루 종일 그럼 분향소에 계실 계획이세요?
☏ 박지연 > 아니요. 아침에 분향소에 있다가 아이하고 생일하고 국회로 넘어가려고요.
☏ 진행자 > 국회로.
☏ 박지연 > 네.
☏ 진행자 > 지금 혹시 기차 안이세요?
☏ 박지연 > 네, 기차 안에서 곧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오늘 눈이 와서 그런지 추워서 그런지 기차가 연착이 많이 됐어요.
☏ 진행자 > 그렇군요. 지금 안내방송 나오는 것 같아 가지고.
☏ 박지연 > 네.
☏ 진행자 > 지금 올라오시는 중이시구나. 알겠습니다. 하여간 오늘 날이 엄청 추운데 단단히 잘 챙겨 입고 나오셨죠? 어머니.
☏ 박지연 > 네, 네.
☏ 진행자 > 건강관리 잘 하셔야 돼요.
☏ 박지연 > 네.
☏ 진행자 > 그리고 예진 씨가 저희와 일전에 인터뷰를 통해 소개해드렸던 추인영 씨, 강가희 씨하고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요.
☏ 박지연 > 네, 맞습니다.
☏ 진행자 > 어떤 사이였어요?
☏ 박지연 > 인영이는 후배가 되고요. 가희는 친구예요. 서로 다른 과로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셋 다 성향이 비슷한 건지 굉장히 잘 지내던 아이들이었어요.
☏ 진행자 > 그래요?
☏ 박지연 > 네, 네.
☏ 진행자 > 영상도 남아 있다면서요?
☏ 박지연 > 네.
☏ 진행자 > 어떤 영상이 남아 있는 거예요?
☏ 박지연 > 항상 여행을 같이 다녔던 아이들이거든요. 그래서 여행 가서 찍었던 꼭 가면 플래시몹처럼 춤추고 영상으로 남기고 그런 걸 좋아하던 아이들이라 영상에 남아 있는 것들도 보통 그런 영상들이에요.
☏ 진행자 > 지금 유튜브로만 지금 영상이 나가고 있는데. 저 모습, 계속 저 영상 틀어보세요? 어머니.
☏ 박지연 > 네, 영상도 자주 보고 아이들 찍었던 사진도 현관문 앞에 항상 붙어 있어서 매일매일 쳐다보고 있어요.
☏ 진행자 > 그러시구나.
☏ 박지연 > 네.
☏ 진행자 > 예진 씨가 외동딸이었다면서요?
☏ 박지연 > 네.
☏ 진행자 > 근데 되게 강하게 키우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강하게 키우셨던 거예요?
☏ 박지연 > 저희 아이가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저하고 신랑이 먼저 떠나고 혼자 남을 걸 생각해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세뇌하다시피 너는 20살 되면 독립해야 된다고, 부모 도움 없이 20살 되면 인생을 꾸려야 된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 진행자 > 그럼 스무살 돼서 진짜 독립했어요?
☏ 박지연 > 네, 그래서 예진이는 대학교 들어간 뒤로는 저희 부모한테 도움 전혀 없어 정말 각종 아르바이트 하고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으로 졸업했어요.
☏ 진행자 > 학비도 안 받고 생활비도 안 받았어요. 둘 다 하나도 안 받은 거예요.
☏ 박지연 > 하나도 받은 적이 없어요. 독립해서 나간 월세 보증금도 아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준비한 거예요.
☏ 진행자 > 그렇구나. 정말 강하게 컸네요. 그러면.
☏ 박지연 > 많이 강하게 키웠어요.
☏ 진행자 > 그러면 장학금 받아서 학비 내고 알바해서 생활비 조달하고 이렇게 했던 거예요. 그러면.
☏ 박지연 > 네. 그 돈 모아서 하고 제주살이가 버킷리스트 중에 있어서 제주살이 가는 그 모든 비용도 아이가 준비해서 갔어요.
☏ 진행자 > 얼마나 대견했겠어요?
☏ 박지연 > 정말 아이 있을 때 속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속으로만 칭찬을 하고 잘한 거 칭찬해주지 못한 거를 되게 아쉬워해요. 제가. 말해줄 걸. 말을 못한 게 너무 미안해요.
☏ 진행자 > 그러니까요. 알 거예요. 근데 예진 씨가 알 거라고 생각하고 알바를 엄청 했다고 조금 전에 어머님도 말씀하셨는데 어떤 알바까지 해봤던 거예요? 예진 씨가.
☏ 박지연 > 아침에 설렁탕집에서 깍두기 담가주는 알바, 6시간에서 8시간 정도씩 물속에 들어가서 수중에서 촬영해주는 모델 알바, 계산 캐셔, 그 다음에 커피숍 아르바이트 정말 안 해본 게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 진행자 > 그렇구나. 예진 씨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하세요? 어머니.
☏ 박지연 > 집안 곳곳에 아이 사진이 있어요. 아이 사진을 보면서 아이 사진하고 같이 얘기해요.
☏ 진행자 > 사진 보면서 얘기하세요?
☏ 박지연 > 네. 그냥 옆에 있는 것처럼 얘기해요. 만지면서. 실제로 만져지지 않는 게 너무 서럽지만 그래도 만지면서 얘기를 해요.
☏ 진행자 > 알겠습니다. 특별법 얘기 좀 여쭤볼게요. 지금 국회를 향해서 오체투지를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유족분들이. 어머님도 현장에 같이 계셨다고 들었는데 이 엄동설한에 오체투지 한다는 게 이게 보통 일이 아닌데 좀 분위기는 어땠어요?
☏ 박지연 > 저는 10월에 제가 다리를 다쳐서 수술한 뒤 지금 현재 재활 중이에요.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아서 유가족분들하고 함께하지는 못하고 지켜만 보는 입장이거든요. 근데 저희 유가족들 중 누구도 살면서 길바닥에 온몸을 누여가면서 소리 높인 분들이 계실까요.
☏ 진행자 > 그러니까요.
☏ 박지연 > 아이들의 억울한 참사에 꽂혀서 울부짖는 메아리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서 답변 하나가 없어서 답변 하나가 없어요. 온몸으로 말하고 호소하고 있는 겁니다. 일단 이런 어이없는 참사로 자식을 보내는 사람이 또 나오면 안 될 거 아닙니까?
☏ 진행자 > 그러니까요. 엊그제 국회의원들에게 꽃을 나눠준 장면도 눈에 띄던데 이게 어떤 의미를 담고 이렇게 꽃을 주신 거예요?
☏ 박지연 > 그런 마음으로 그 아이를 보낸 마음으로 호소하며 보라색 꽃 한 송이를 나눠드리는 건데 들어달라며 나눠드렸는데 그 꽃마저 받지 않으시고 마치 빈대나 진드기처럼 저희를 손사래 치시고, 그러니까 보라색 꽃 한 송이 받아주는 게 뭐가 두려워서 피하시는 건지
☏ 진행자 > 그거 안 받고 외면하고 간 의원들도 있었어요?
☏ 박지연 > 네, 그들도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 아닙니까? 왜 외면하십니까?
☏ 진행자 > 하여간 특별법 처리를 해야 되는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거는 여야 합의 처리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일단 의사일정 변경에 어제는 처리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 나온 뉴스를 보면 특별법 내용 중에서 특검 부분을 빼고 그 다음에 시행 시점을 총선 뒤로 미루자, 이런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어떤 생각 드셨어요? 이 뉴스 보고.
☏ 박지연 > 전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이 누구를 위한 중재안인지 여야 합의에 의한 이태원법 처리는 저희가 원하고 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차 떼고 포 떼고 절름발이 중재안으로 이태원특별법이 처리되는 것을 위해서 저희가 호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쟁이요? 저희는 정치를 하는 집단도 아닙니다. 왜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정쟁으로 몰고 가시는 건지 내년 총선 이후에? 그냥 시간만 죽이다가 저희와 의견이 다른 누군가 그 어떤 누군가의 생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정말 마음이 답답합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으로 꼭 특별한 말씀을 꼭 특별한 존재에게 전하실 게 있을까요?
☏ 박지연 > 아이 생전에 독립심을 가지게 해서 아이 인생에 꽃길을 깔아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제 곁에 없지만 아이의 마지막을 꽃길로 보내지 못한 부모의 심정을 정치하는 분들이 도마 위에 올려서 사이즈를 재고 토막내지고 다져지고 있습니다. 특별법이 도마 위에 올려져서 분해하고 해야 되는 안건인가요. 대통령님 만약 조선시대였다면 그 위치는 백성의 아버지 자리였을 겁니다. 2023년 사실 그 자리가 어버이 위치가 아니겠죠. 그래서 생각하는 게 다르시겠죠. 그러나 대통령님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 여러분, 특별법 도마 위에 굴리지 마시고 통과시켜주세요. 제발 거리에서 덧없이 사라져간 아이들을 위한 첫발이라도 뗄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그 골목 그 자리에 정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이제 제발 존재하는 그 자리에 존재해 주세요.
☏ 진행자 >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고요. 어머님 날 추운데 하여간 건강관리 잘하세요.
☏ 박지연 > 네.
☏ 진행자 >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예진 씨의 어머니 박지연 씨와 함께했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