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그 남자’ 41년만에 죗값 치른다…징역 20년 확정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
1980년 유혈쿠데타로 집권
언론인 변호사 등 고문·살해

영화 ‘수리남’의 한 장면. [사진출처=넷플릭스]

유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군사 정권에 맞섰던 인사를 무더기로 고문·살해한 수리남 독재자가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AP, AFP 통신에 따르면 수리남 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에게 1982년 당시 야권 인사 15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한 하급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수리남 대법원은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의 나이가 올해 78세인 점을 참고해 이같은 형량을 확정했으며, 이는 현재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라고 덧붙였다. 법정은 특히 이날 선고 이후 더는 상소가 가능하지 않다고 하며 16년에 걸친 재판을 종결했다. 이는 지난 16년간 이어진 재판이다.

선고 당일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육군 장교 출신인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1980년 유혈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1982년 12월 변호사, 언론인, 대학교수, 기업인 등 반정부 인사 16명을 납치해 고문하고 이들 중 15명을 수도 파라마리보의 옛 요새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12월의 살인’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당시 자신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데시 바우테르서 수리남 전 대통령. [사진출처=위키피디아]

1987년 국제사회 압력으로 정권에서 물러난 그는 곧이어 2차 쿠데타와 선거를 반복하며 2020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20년 연임을 노린 선거에서 패배해 대통령직에 물러났으나, 현재까지도 야당 국민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2007년 재판이 시작된 이래 1심 법원은 2019년 11월 징역 20년형을 선고했으나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곧장 항소를 제기하고 체포에 응하지 않았다.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영화 ‘수리남’에서 마약을 거래에 가담하는 대통령 역할의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999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재판에서도 마약 밀매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수리남 법에 따라 네덜란드로의 인도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