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KBSA 김민서 심판 “(노)시환이는 어릴 때부터 크게될 줄 알았죠” [SS 인터뷰]

황혜정 2023. 12. 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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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 중 유일한 여성
국내외 숱한 대회 구심으로 활약
“올림픽에서 국제심판으로 활약하고 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소속 유일한 여성 심판인 김민서 심판이 지난 8월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2024 여자야구 월드컵 예선’ 멕시코-미국 경기에서 주심을 보고 있다. 출처 | WBSC.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노)시환이는 어릴 때부터 크게 될 줄 알았어요.”

어느덧 10년 차 야구 심판이 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소속 김민서(38) 심판은 KBSA 소속 심판 24명 중 유일한 여성 심판이기도 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리그까지 KBSA가 주최하는 각급 리그와 대회에서 심판을 보고 있는 김 심판원은 국제대회에서까지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8월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 ‘2024 여자야구 월드컵’에 국제심판으로 출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심판원은 지난 18일 KBSA 주최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시상식에서 우수 심판상을 수상했다. 당시 선·후배 심판들이 우르르 단상으로 올라와 그에게 꽃다발 세례를 안겼다. 동료 심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김 심판원의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리토리움에서 진행된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 12. 11.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새내기 심판 때 욕도 많이 먹어가며 꿋꿋하게 버텨왔다. 그렇게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이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흘렀다. 김민서 심판원은 그간 야구선수가 꿈인 숱한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켜봤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봤고,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직행해 펄펄 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올해 폭풍 성장한 한화 이글스 내야수 노시환(23)이다.

김 심판원은 “(노)시환이는 나뿐만 아니라 심판 선배들께서도 ‘이 친구는 잘될 아이’라고 많이 칭찬받던 선수였다. 경남고등학교 시절부터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운동을 참 즐기면서 하더라”라며 단번에 2023 홈런왕이자 골든글러브 3루수 부문 수상자의 이름을 꺼냈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운동 스타일이 있는 것 같고, 운동 능력도 월등했다.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더라. 그래서 모두가 시환이는 정말 잘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올해 그 재능을 만개해서 참 기쁘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민서 심판이 18일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시상식에서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현재 KBSA 소속 유일한 여성 심판으로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김 심판원은 “동료들과 잘 융화되는 게 쉽지 않았다. 심판 생활에 잘 적응하려면 사무직원들을 비롯해 기록원, 구장 스태프 등 두루두루 친해야 한다. 친해지고 심판 일에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라고 돌아봤다.

그래도 조력자도 많았다고. 김 심판원은 “현재 심판 팀장님께서 부위원장이던 시절부터 경기 흐름을 보는 방법 등을 일러주시며 심판으로서 능력을 많이 끌어주셨다. 또 기회도 많이 주셔서 실전에서 배우고 부딪히고 하다보니 경험이 많이 쌓였다. 그런 것들이 재산이 돼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10년의 경험을 쌓는 동안 여자야구 아시안컵, 여자야구 월드컵 등 숱한 여자야구 국제대회 구심 마스크를 썼다. 김 심판원은 “국제대회 심판으로 차출돼 나가는 것은 정말 영광스럽다. 구심을 보든, 루심을 보든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국제무대라는 자리의 설렘을 이야기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소속 심판으로서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대회는 바로 ‘올림픽’이다. 올림픽은 개최국 사정에 따라 종목에서 빠지고 들어가길 반복하고 있다. 야구 저변이 약한 프랑스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제외됐지만, 야구 최강국 미국에서 열리는 2028 LA 올림픽에선 또 들어갔다. 김 심판원의 꿈은 가장 큰 무대에 한 번 서보는 것. 그는 “기회가 오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무대에 서 본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꿈의 무대”라며 웃었다.

FIFA 인판티노 회장이 최초로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3명의 여성 심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속 스테파니 프라파르(오른쪽에서 두 번째) 심판은 92년 월드컵 역사에서 처음으로 코스타리카-독일 E조 3차전 주심으로 배정되며 금녀의 벽을 깼다. AFP연합뉴스.


세계적인 흐름은 여성 주심을 주요 대회에 배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카타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남자 월드컵에선 95년 월드컵 역사 첫 여성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독일-코스타리카의 E조 3차전에서 스테파니 프라파르(프랑스) 심판이 사상 첫 여성 주심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오는 24일엔 135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사상 첫 여성 주심이 탄생할 예정이다. 13년 심판 경력의 리베카 웰치(영국)가 18라운드 풀럼-번리전 휘슬을 분다.

야구에서도 올림픽, WBC 같은 가장 큰 무대에 여성 심판이 등장할 차례다. 그리고 그 사상 첫걸음에 대한민국 김민서 심판이 있을지도 모른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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