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 '고양이 체험' 게임하는 SF작가 김초엽 "벽 타다 보면 영감이 와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서재 한가운데를 차지한 책상 앞에 앉은 김초엽 작가가 갑자기 조이스틱을 꺼내더니 PC 게임을 실행했다.
김 작가가 서재에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책 역시 게임에 관한 책.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 티 응우옌의 '게임: 행위성의 예술'
편집자주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우주에 빠져 들어가 봅니다.
"이것 보세요. 고양이가 돼서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어요."
서재 한가운데를 차지한 책상 앞에 앉은 김초엽 작가가 갑자기 조이스틱을 꺼내더니 PC 게임을 실행했다. 소설 집필 기간에 어떻게든 쥐어짜낸 문장들이 채웠을 데스크톱 모니터에서 사이버펑크(과학기술이 발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풍의 형형색색 게임이 펼쳐진다. 폐허가 된 미래 사회에서 길고양이가 돼 생존해야 하는 게임 '스트레이'다. 김 작가는 머리를 식혀야 할 때마다 게임 속 세상에 자신을 집어넣는다. 그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면서 동시에 다른 창작자가 직조한 세계를 체험하는 과정인 것처럼 보였다. "사실 요즘 이 방은 서재가 아니라 취미방이에요. 하하."
김 작가가 서재에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책 역시 게임에 관한 책. 김 작가는 "'인생책' 같은 거창한 선택은 아니지만, 곧 SF 게임 에세이를 쓸 예정이라 최근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책"이라며 C. 티 응우옌 미국 유타대 철학과 부교수의 '게임: 행위성의 예술'을 꺼내 보였다. 어찌나 집중해서 읽었는지 색색의 포스트잇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붙어 있다. 책은 음악, 미술 같은 전통적인 예술과 달리 게임이 인간의 '행위성'을 매체로 삼아 독자적인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이라 주장한다.
"이전의 게임 비평은 내러티브에 주목하는데 이 책은 행위성에 집중해요. 스트레이 게임만 해도 주인공이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기에 문을 열지 못해 벽을 타고 올라가서 열려 있는 창문을 찾아 헤매야 하죠. 게임을 통해 고양이 돼보는 체험들이 알게 모르게 제게 영감을 줍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한국 여자들은 돼지처럼"... 국내 여론 갈라치는 중국의 '댓글 공작'
- "월세 내지 말고 가족처럼 지내자"는 고시원 주인...믿어도 될까
- 강성연·김가온, 뒤늦게 알려진 파경…SNS서 심경 고백
- ‘서울의 봄’ 흥행 힘입어…전두환·노태우 '무궁화대훈장' 박탈 10만 서명 운동
- '나솔사계' 12기 영식 "장미, 훅 다가와 부담"
- 불황에도 연 매출 '3조 원' 돌파… 신세계 강남점에 무슨 일이?
- "자기야, 나 급한데 입금 가능해요?" 고령자 노리는 로맨스 스캠
- 돈 내놓는 은행도, 돈 받는 소상공인도 불만... "매표행위" 지적까지
- 여성 아이돌·'하반신 마비' 유튜버가 공개한 '편견 없는 사랑'
- 경남은행 횡령액 총 3089억… 삼성동 고급빌라 살며 매달 7000만원 펑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