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재발견한 '대중가요 LP 가이드북'…9년 만에 개정증보판
"최근 LP 컬렉션…대중음악 깊이 있는 '연구 가능성' 증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규성 대중음악 평론가가 쓴 '대중가요 LP 가이드북'(2014)은 '바이닐 시대'에 발 맞췄다.
최근 10년 간 국내 바이닐(LP) 시장은 20~30대가 주축이 돼 역동적으로 성장했다. 레코드 페어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를 키웠고 명반의 LP 재발매도 계속됐다. K팝 아이돌들도 바이닐을 잇따라 내놨다. LP에 대한 수요가 CD를 넘어섰고, LP를 되파는 개인이나 고가의 음반으로 '판테크'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은 이런 흐름 속에서 LP 애호가들의 안내서가 됐다. 유성기의 SP(Standard Play·한 면에 3분20여초를 수록할 수 있는 판)부터 2012년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2위에 오른 월드스타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191장의 음반을 504쪽에 담은 '벽돌책'이었음에도 찾는 손길이 많았다. 웃돈을 주고 중고 책을 사는 독자도 생겨났다.
절판 이후에도 구매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났는데, 두께와 무게로 재판은 부담이 됐다. 시대에 맞게 소임을 다했다는 출판사 안나푸르나의 자체 평가도 재출간의 걸림돌이었다.
9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재출간된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은 이전작과는 또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그간 변화한 대중가요 LP 지형도에 맞게 음반을 선정했다.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K-팝'이라는 타이틀을 단 파트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포함되는 등 100여 장의 음반을 더 소개했다. 대신 의미가 반복되거나, 비중이 낮아진 음반은 뺐다.
또 글자 폰트가 작다는 초판에 대한 불만을 접수해 책의 판형과 글자 크기를 과감히 키웠다. 전체 디자인에 일체성도 강조했다. 한마디로 이번 개정증보판은 더 다양한 레코드를 더 시원한 판형에 더 통일된 느낌으로 실었다. 쪽수는 576쪽으로 늘었다.
아울러 초판엔 대중음악 가치는 가격으로만 얕볼 수 없다는 뜻으로 등급을 매겨 의미를 부여했었는데, 이번에 이를 없앴다. 책 발간 이후 예상치 못한 LP의 부활과 더불어 카세트 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반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거의 모든 음반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안나푸르나는 "앨범의 금전적 가치는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공정하게 가격이 형성·유지되고 있어서 그 가치를 저자가 매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이 높게 평가 받는 건 단순한 물성적인 얘기뿐 아니라 곡들과 뮤지션들의 숨겨진 사연과 호흡하려 애 썼다는 점이다. 안성기·박중훈 주연 영화 '칠수와 만수'(1988)의 주제가 '사노라면'이 대표적인 예다. '들국화' 전인권이 불러서 유명해진 곡인데 노래의 작사·작곡가는 불명인 채 구전가요로 떠돌았다.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던 노래라 폭압·검열로 '금지곡'이라는 낙인이 찍혀 창작자를 밝히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 평론가는 이 노래가 작곡가 길옥윤의 곡이라며 그가 1966년 낸 작곡집에 실렸다고 했다. 당시 인기 가수였던 쟈니 리가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제목으로 취입했다.
최 평론가는 개정판에 부친 글에서 "자료를 정리해서 책을 쓰고 실물로 책이 나오는 건 누가 봐도 결과의 영역이다. 다만 이 책의 경우는 결과가 아니라 어떤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고 썼다. "안타깝게도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아우르는 완벽하게 구축된 아카이브는 아직 없다. 이번 개정증보판도 완성한 결과가 아니라 어떤 시작을 위한 바탕을 겨우 정리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다행히 근래 들어 많은 이들이 대중가요 LP를 귀하게 여겨 컬렉션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 광범위한 조사와 깊이 있는 연구의 가능성이 생겼음을 말해준다. 대중음악의 가치는 미래에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평론가는 한국일보 사진기자(편집위원까지 지냈다) 출신으로 2000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기도 했다.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건립 등에 기여했다. '골든인디컬렉션', '걸그룹의 조상들', '빽판의 전성시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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