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미투’ 6년, 대한민국의 현주소 [플랫]
서지현(전 검사)이 졌다. 형사도 지고 민사도 졌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성추행 가해자 안태근(전 검사장)은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형사와 별도로 서지현은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해 손해를 입었다며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1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성추행 사건은 시효가 지났고, 안태근의 직권남용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2018년 1월 현직 여성 검사가 TV 뉴스에 직접 나와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이던 서지현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안태근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서지현은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했지만 어떤 사과도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2015년에는 법무부 검찰국장인 안태근에 의해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지현의 폭로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각계각층에서 미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성폭력 피해자는 웃는 것도, 먹는 것도 손가락질당할까봐 두려워해야 한다. ‘먼저 유혹했다’ ‘평소 행실이 나빴다’ 등의 말을 듣는다. 억울해서 항변하면 그때부턴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 ‘돈을 노린다’는 의심을 받는다. 안희정(전 충남지사)에게 당한 김지은씨가 그렇게 2차 가해를 당했다. 고 박원순(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도 지금껏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강자가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비열한 방법으로 자신이 받아야 할 비난과 고통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그러나 이에 경종을 울려야 할 사법부는 보이지 않는다. 법이 정의롭고 약자 편인지 회의가 든다. 미투 폭로 후 6년이 지났다. 서지현은 그냥 자연인이다. 안태근은 검사 시절 얻은 법률 지식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형사·화이트칼라범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매년 수억, 수십억원의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 오창민 논설위원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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