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사면 기부" 유명한 그녀 믿었는데…14억 홍보비 챙겼다

2023. 12. 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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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그니가 '아픈 어린이에게 기부된다'고 내세워 케이크를 비싸게 팔았다가 15억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페라그니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홍보하면서 판매수익이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어린이 병원에 기부되는 것처럼 팔로워들을 속였다는 것이 AGCM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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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그니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탈리아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그니가 '아픈 어린이에게 기부된다'고 내세워 케이크를 비싸게 팔았다가 15억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알고보니 빵의 판매수익이 기부되는 방식이 아니었으며, 페라그니 제빵업체로부터 14억여원의 홍보비를 받은 상태였다.

20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 AGCM은 최근 키아라 페라그니(36·여)에게 벌금 107만5000 유로(약 15억3600만원)를 부과했다. 페라그니는 30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로 국내에도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는 인사다.

페라그니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홍보하면서 판매수익이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어린이 병원에 기부되는 것처럼 팔로워들을 속였다는 것이 AGCM의 판단이다.

페라그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팡도르 핑크 크리스마스'를 자신이 직접 디자인했다며, 판매수익은 골육종 및 유잉육종(뼈에 생기는 소아암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 의료기기 구입에 사용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가격은 일반적인 팡도르(약 6 유로)보다 훨씬 비싼 14 유로(약 2만원)였다.

그러나 AGCM 조사 결과 이러한 홍보는 사실과 달랐다. 케이크는 이탈리아 베이커리 업체 '발로코'에서 제조·판매한 제품인데, 발로코는 몇 달 전 병원에 5만 유로(약 7000만원)을 기부하고 페라그니에게는 해당 케이크 홍보금으로 100만 유로(약 14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케이크판매 수익금이 기부되는 방식이 아닌 것이다.

또 페라그니는 거액의 홍보금을 챙기면서도 아무런 기부를 하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발로코에도 소비자를 속인 혐의로 벌금 4만2000 유로(약 6000만원)를 부과했다.

페라그니가 패션 잡지 보그 표지모델로 실린 모습

여론은 들끓었다. 페라그니가 아픈 아이들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여론이 악화하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지난 17일 "진짜 롤모델은 옷을 입고 가방을 보여주며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며, 심지어 사람들이 자선이라고 믿게 만드는 값비싼 케이크를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라고 문제를 비판했다.

페라그니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녀는 "사과하겠다"며 "병원에 100만 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자선활동과 상업적 활동을 완전히 분리하겠다. 두 활동을 연결한 것은 선의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당국의 조치는 불균형하고 불공평하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종 판결이 이번에 결정된 금액(약 15억3951만원)보다 낮아진다면 그 차액도 병원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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