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덴마크 은행서 50억 찾는데 배송비 3800만원 필요해”

임정환 기자 2023. 12. 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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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이 같은 '로맨스스캠'을 벌인 아프리카계 외국인 13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로맨스스캠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기 의정부·파주·동두천·안산 등지에서 올해 조직원 13명을 검거해 피해금 6700만 원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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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여·48)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덴마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남성에게 피해를 입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은 A 씨에게 덴마크 은행에 보관 중인 자신의 돈 50억 원을 한국으로 보내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여보’ ‘당신은 나의 아내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매우 사랑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 남성은 A 씨를 설득했다. A 씨는 결국 3800만 원을 송금했다.

#B(30) 씨는 지난해 11월 말 시리아에 파병된 미군 여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작전과정에서 시리아의 탈레반이 소유한 500만 달러(약 65억2000만 원)를 발견했고 그중 일부를 자신의 동료들과 나눠 갖기로 했다며 B 씨를 속였다. 그는 통관비를 지급해 달라며 730만 원을 가로챘다.

#C(여·32) 씨는 지난 3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두바이 출장 중 짐을 분실했다”며 “은행계정이 막혀 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총 64회에 걸쳐 3억1500만 원을 송금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이 같은 ‘로맨스스캠’을 벌인 아프리카계 외국인 13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총책급 3명을 포함해 8명은 나이지리아인이고 5명은 기니, 앙골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이었다. 피의자는 모두 남성이다.

이들은 주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총책과 연계된 국내 총책과 인출책들이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로맨스스캠 조직은 △해외에서 한국인 피해자를 상대로 미군·의사·사업가 등을 사칭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접근해 대화를 유도하는 신원 미상의 인물과 △이들을 한국 총책과 연계하는 해외 총책 △한국 인출책을 관리하는 한국 총책 등으로 구성된다.

해외 조직원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을 통해 한국인에게 접근해 이성적 호감을 가장해 친분을 쌓으면서 범죄를 시작했다. 피해자가 통관비 등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3억 원가량을 입금하면 국내에서 현금을 인출해 해외로 반출하는 수법이다.

경찰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로맨스스캠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기 의정부·파주·동두천·안산 등지에서 올해 조직원 13명을 검거해 피해금 6700만 원을 회수했다. 나이지리아인 해외총책 1명도 특정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스캠 피해 예방을 위해 SNS에 너무 자세한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또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금품을 요구할 경우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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