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17〉겨우살이(Viscum album var. coloratum)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현상을 기생(寄生)이라 한다. A식물이 B식물이 만든 양분을 흡수하거나 빼앗아 살아갈 때, A식물을 기생식물이라 하고, B식물을 숙주식물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기생식물은 4,500여종, 이 중 겨우살이는 1,5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기생식물이 자생한다.
열당과에 속하는 기생식물로는, 야고(억새 뿌리에 기생), 초종용(사철쑥 뿌리에 기생), 개종용(너도밤나무 뿌리에 기생), 백양더부살이, 오리나무더부살이, 압록더부살이, 가지더부살이가 있다.
겨우살이(Viscum album var. coloratum)는 겨울에도 푸릇푸릇하게 잘 살아가는 식물[동청(冬靑)], ‘다른 식물에 기대어 겨우겨우 살아간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겨우살이과에 속하는 기생식물로는, 겨우살이, 붉은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가 있다. 노란색으로 열매가 익는 겨우살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붉은색으로 열매가 익는 붉은겨우살이는 제주도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꼬리겨우살이는 상록상인 겨우살이, 붉은겨우살이와 달리 낙엽성이다. 동백나무겨우살이와 참나무겨우살이는 난대성 겨우살이로서, 동백나무겨우살이는 제주도, 남해안 등 해발 700m 이하의 난대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참나무겨우살이는 제주도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이 중 꼬리겨우살이와 참나무겨우살이는 희귀식물로 지정돼있다.
겨우살이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란다. 여름에는 반그늘에서 자라고, 겨울에는 햇빛을 많이 받는 환경에서 자란다. 가지는 Y자형으로 두 갈래로 계속 갈라지면서 자라고, 가지 끝에 2장의 잎이 마주난다.
황록색의 가지는 강한 바람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탄력이 있다. 가지가 얽힌 듯 뻗으면서 둥근 형태를 띄고 있어 멀리서 보면 까지집을 연상시킨다. 겨우살이는 가을에 굵은 콩알 크기의 노란색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안의 종자가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점액질의 과육 안에는 파란색 종자가 들어있는데,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과육이 주위를 둘러싼 모양이다. 새들이 겨우살이 열매를 먹고 배설을 통해 겨우살이 번식을 돕는다,
새 뱃속에서 소화과정을 통해 점액성이 형성된 종자는 배설 과정에서 낙하면서도 끈적끈적한 점성으로 나무에 들러붙는다, 나무에 달라붙지 못하고, 땅 위로 떨어진 종자는 발아 및 활착을 기대할 수 없다.
키큰 나무에 들러붙어 양분을 빨아먹고 결과적으로 숙주 나무의 죽음을 재촉하는 겨우살이는 단순하게 보면 얌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겨우살이는 생태계 전체적으로 보면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먹이가 귀한 겨울철에 새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며 겨우살이가 자리잡은 숲에는 조류 다양성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있다.
둘째, 숲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큰키 나무가 무성한 숲에는 햇빛이 하부로 잘 들지 않아 하층식물이 다양하게 생존하기 어렵다. 겨우살이가 나이 많고 키큰 나무에 기생하면서 숙주 나무의 죽음을 촉진시키면서, 숲 생태계의 선순환 흐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겨우살이는 이처럼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외국에서는 겨우살이를 생태계 핵심종으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우리나라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에 기생한다. 자연상태에서는 새의 배설을 통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번식이 잘 된다. 겨우살이 인공 재배도 가능하다. 참나무 등 숙주목 줄기 표피에 상처를 내서 표피를 노출시킨 다음, 겨우살이 열매를 터트려 점성을 이용해서 기주목에 종자를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인공 발아 및 재배를 기대할 수 있다.
광양매실농원(대표 변양모)에서는 수확을 끝낸 매실 노령목을 활용해 겨우살이 인공증식에 성공해 겨우살이 보급사업을 벌이고 있다.
매실농원 측은 사과, 살구, 모과, 복숭아 등 유실수 가지에 종자를 착생시키는 방법으로 인공재배에 성공했는데, 현재 유실수 가지에 3~7개 정도 겨우살이가 대량으로 자라고 있으며, 키가 낮은 나무에도 얼마든지 착생할 수 있어 수확과 채취도 쉬워졌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용
동양에서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겨우살이는 체내 암세포를 죽이는 비스코톡신(viscotoxin)과 렉틴(lectin) 성분 등을 함유해 항암 효과가 높고, 당뇨 완화, 면역 증강에 좋은 약용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2023년 기준 자연산의 경우 ㎏당 5~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독일 제약사 헬릭소(Helixor)는 겨우살이 추출액을 이용해 2023년 기준, 연간 180만 앰플의 ‘항암 보조용 주사제’를 생산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3,500만~4,000만 유로(약 500억~570억원)로 추산되는 겨우살이 주사제 시장에서 3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줄기, 가지, 잎을 말려서 이용한다. 주로 말린 겨우살이를 끓여서 차로 마신다. 밥을 앉힐 때, 겨우살이를 함께 넣어서 건강식 밥을 지어서 먹기도 한다.
문화적 측면
우리에겐 얌체 또는 기생식물의 이미지를 갖는 겨우살이가 서양에선 좋은 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문 위에 장식물로 겨우살이를 걸어둔다.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걸어둔 겨우살이 밑에서 키스하는 오랜 풍습을 갖고 있다. 그렇게 하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남녀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 얘기가 서양인에겐 잘 알려진 얘기다.
얼핏 보면 나무를 죽이는 골치덩이로 보이는 겨우살이가 숲 생태계의 종다양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의 모든 관계가 그렇듯,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관계는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존재 의미가 있다.
불필요한 존재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지구 생태계 보존에 더욱 기여해야하는 사명을 갖는 귀한 존재로 여겨진다. 겨우살이를 통해, 상호작용하며, 소통하며 더불어 사는 지구 생태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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