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리 동네 농구단을 소개합니다 ① 여준석의 곤자가대, 어디에 있을까?
첫 번째 가볼 곳은 미국 서북부야. ‘대한민국 농구의 미래’ 여준석이 다니는 곤자가 대학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 그래서 고른 거야. 곤자가 대학은 어디에 있고 그 부근에는 어떤 농구팀들이 있는지 어떤 팀이 라이벌인지. 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어떤 선수가 나왔고 어떤 감독들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해. 그럼 미 북서부로 가볼까?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처음 정지욱 편집장이 이 칼럼을 제안했을 때 고민이 많았어. 정지욱 편집장은 유튜브 채널인 ‘동네축구형 용마니’에서 장지현 해설위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구단들의 위치를 설명한 영상을 모티브로 삼아 미국 농구를 설명하는 칼럼을 원했지. 그런데 영상팀이 바빠서 영상이 아닌 칼럼으로 부탁했어. 상당히 난감한 부탁이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일단 영국과 우리나라는 생긴 모양이 비슷해 우리나라가 토끼가 서있는 형태(개인적으로 호랑이를 닮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만)라면 영국은 토끼가 서서 뒤돌아보는 형태라고 하지. 게다가 우리 프로구단이나 대학들이 서울에 몰려있는 것처럼 잉글랜드 축구 구단들도 런던 인근에 밀집해 있지. 그런데 미국과 우리나라는 닮지 않았어. 아니 완전히 다르지.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지만 미국은 동서로 길쭉해. 우리나라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과 북을 강조한다면 미국은 농구 중계 중에도 흔히 사용하는 동부 해안에서 서부 해안까지 즉 ‘코스트 투 코스트(Coast to Coast)’를 강조하지. 미국은 알라스카도 있는데 이건 연관성을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아.
그렇다고 연관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억지로 끼워 맞추려면 맞출 수도 있지. 우리나라는 서울이 북서부에 있고 서울 주변의 경기도권이 가장 큰 권역이라고 볼 수 있어. 그리고 제2의 도시인 부산은 남동부에 있어. 미국은 거울상으로 반대야. 동북부에 뉴욕 등 메갈로폴리스가 있고 이에 대응하는 LA는 남서부에 있어. 미국 서부를 지나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동해 가운데에 울릉도와 독도가 있다는 점도 유사해. 그래서 이를 토대로 억지로 만들어볼게. 말 그대로 억지니까 토를 달지는 말아줘.
미국 지도를 좌우 반전시킨다고 가정해봐. 그럼 오늘 소개할 워싱턴州와 오리건州는 어디랑 겹칠까? 아마 강원도, 그중에서도 강릉, 속초, 동해 등이 있는 영동지방과 지리적으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 실제 워싱턴 주와 오리건 주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북미 최대 산맥인 로키 산맥을 만날 수 있어. 우리나라의 태백산맥과 비슷하지. 미국 서부는 지중해성 기후라 북쪽인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도 동북부에 비해 온난한 편이야. 우리나라 영동지방도 겨울에 산악지방이나 내륙보다 따뜻해. 푄현상 때문에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고 눈이 많이 내려. 억지로 끼워 맞췄지만 얼추 비슷하지 않아? 아님 말고.
그럼 워싱턴 주에 위치한 스포캔(Spokane)으로 가보자. 이곳으로 온 이유는 ‘농구하는 서강준’ 여준석이 다니는 곤자가 대학이 있기 때문이야. 곤자가대는 원래 그렇게 유명한 대학은 아니었어. 학생 수도 많지 않고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였지. 하지만 농구부의 성장과 함께 학교도 성장했어. 곤자가대는 개신교 계열 사립학교로 1887년 설립되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궁금하면 학교 홈페이지(https://www.gonzaga.edu/)나 위키피디아를 이용하길.
농구팬들에게 곤자가 대가 알려진 것은 존 스탁턴 때문일 거야. 1984년 곤자가대를 졸업한 스탁턴은 1984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6번으로 유타 재즈에 지명을 받았고 2003년까지 뛰며 통산 1만5806어시스트, 3265스틸로 두 부문 역대 통산 1위를 기록 중이야. 말 그대로 전설이지. 스탁턴은 스포캔에서 태어나서 쭉 자랐기 때문에 곤자가대에 갔어. 고교시절 엄청난 유망주는 아니었거든. 스탁턴은 1984년 LA 올림픽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을 정도였지만 대기만성형 선수로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지. 그런데 스탁턴이 나왔다고 해서 곤자가대가 강한 팀은 아니었어.
키워낸 NBA 선수들도 무지 많은데 현재 쳇 홈그렌, 도만타스 사보니스, 하치무라 루이 등 11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고 애덤 모리슨, 댄 디카우, 로니 투리아프 등 수많은 NBA 선수들을 배출했어. 또한 현재 잘나가는 애리조나대의 타미 로이드 감독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퓨 감독 밑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를 지낸 제자기도 해. 퓨 감독 체제에서 곤자가대는 전국구 강호가 되었고 ‘켄넬(Kennel)’이라는 별명의 홈구장 맥카시 애슬레틱 센터(McCarthey Athletic Center, 줄여서 MAC)는 6000석이 꽉 찬 상태로 원정팀의 무덤이 되었지. 곤자가대에 대한 이야기는 할 말이 더 많지만 이만 줄일게. 아니면 나머지 팀들 이야기할 공간이 줄어드니까.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워싱턴 주에서 가장 유명한 시애틀로 가볼게. 굳이 우리나라 지형을 대비해보면 양양, 속초 정도쯤이라 보면 돼. 시애틀은 다들 알지? 탐 행크스와 맥 라이언 주연의 영화 ‘시애틀의 잠 못드는 밤’의 배경이기도하니까. 워싱턴 주에는 현재는 NBA 구단이 없어. 하지만 예전에는 있었지. 아마 점프볼 독자쯤 되면 다 알거야.
시애틀 슈퍼소닉스는 1967년 창단했어. 1967년은 NBA의 라이벌 리그인 ABA가 출범한 때기도 해. 이후 시애틀은 2008년 오클라호마 시티로 연고지를 옮겨 썬더로 개명할 때까지 40년 동안 시애틀 팬들의 사랑을 받았어. 워싱턴 주는 인구가 400만 명이 갓 넘고 시애틀 인구도 70만에 불과하지만 나름 유명한 도시야.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사 본사가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와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도 시애틀에서 출발했고 여전히 시애틀에는 스타벅스 1호점이 있어. 슈퍼소닉스라는 구단명도 보잉사의 영향을 받아서 지어졌지. 그리고 시애틀의 마지막 구단주는 스타벅스 前 CEO 하워드 슐츠였어.
시애틀은 후발주자였지만 올스타가드 레니 윌킨스와 ABA 출신 슈퍼스타 스펜서 헤이우드를 영입하면서 강호로 급부상했지. 시애틀의 전성기는 1970년대 말이야. 시애틀은 1978년 올스타가드 거스 윌리엄스와 데니스 존슨이 버티는 백코트에 잭 시크마, 로니 셸튼, 존 존슨이 이끄는 프론트코트를 앞세워 NBA 파이널에 올라 7차전 접전 끝에 웨스 언셀드, 앨빈 헤이즈라는 명예의 전당 골밑 듀오의 워싱턴 불리츠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어. 하지만 이듬해 다시 워싱턴과 파이널에서 만난 시애틀은 7차전에서 역적이었던 데니스 존슨의 맹활약으로 4승1패로 승리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해. 재밌는 건 1978년 우승이 워싱턴 구단에게도 유일한 우승이야.
1990년대 중반 시애틀은 조지 칼 감독 체제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해. 올스타 듀오 개리 페이튼과 숀 켐프를 앞세운 시애틀은 1993-1994시즌 63승19패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덴버 너게츠에게 2승3패(당시는 1라운드는 5전3선승제)로 패해 NBA 역사상 처음으로 1번 시드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어. 참고로 숀 켐프의 별명은 ‘레인맨(Reign Man)’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래는 시애틀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 때문에 ‘레인맨(Rainman)’이었다가 기자가 동음이의어인 레인맨으로 기사를 쓰면서 ‘레인맨(Reign Man)’이 되었어. 혹시 시애틀을 방문하면 시애틀의 홈구장이었던 ‘키 아레나(Key Arena)’가 ‘클라이미트 플레지 아레나(Climate Pledge Arena)’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남아있으니 찾아가보는 것도 추천해.
시애틀에는 NBA 골수팬들이라면 알아둬야 할 두 개의 대학교가 또 있어. 하나는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야. ‘허스키스(Huskies)’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워싱턴대도 나름 명문이지. 워싱턴대는 1953년 NCAA 토너먼트에서 파이널4에 올랐어.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대에게 패했지만 3, 4위전(당시는 3, 4위전이 있었음)에서 루이지애나 주립대(LSU)를 88-69로 잡고 3위를 차지했지. 그게 워싱턴 대학의 처음이자 마지막 파이널4야. 그래도 2000년대에만 16강(Sweet 16)에 3차례(2005, 06, 10) 드는 등 명성을 유지하고 있어.
워싱턴대 출신 NBA 선수로는 1980년대 ‘배드보이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백업 센터였던 제임스 에드워즈, 175cm의 신장에도 슬램덩크 챔피언을 지낸 네이트 로빈슨,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소속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던 브랜든 로이,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었던 175cm의 작은 거인 아이제이아 토마스 등이 있어. 현역으로도 마켈 풀츠(올랜도 매직), 디존테 머레이(애틀랜타 호크스), 마티스 타이불(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등 7명이나 포진하고 있지.
놓쳐서는 안 될 시애틀에 위치한 또 다른 대학은 시애틀대(Seattle University)야. 사실 시애틀대는 몰라도 큰 지장이 없어. 1980년대에는 시애틀 지역의 경기 불황과 함께 NAIA 소속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2008년에 NCAA 디비전I으로 복귀했으니까. 그래도 시애틀대는 단 한 명의 선수 때문이라도 알아야 해. 그 선수가 너무너무 유명하니까. 그 선수는 바로 엘진 베일러야. 1960년대 NBA 최고의 포워드였지만 아쉽게도 우승을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비운의 선수지. 베일러는 1956-1957시즌 시애틀대로 전학을 와서 29.7점, 20.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NCAA 디비전I 리바운드왕을 차지했어. 그리고 다음 시즌인 1957-1958시즌에도 32.5점, 19.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모든 기관에서 선정한 올아메리칸 퍼스트팀을 휩쓸었지. 베일러의 활약으로 시애틀대는 1958년 NCAA 토너먼트 파이널4에 올랐고 4강에서 캔자스 주립대를 73-51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진출했어. 결승에서 베일러는 25점, 19리바운드를 올리며 MOP(Most Outstanding Player)에 선정되었지만 팀은 켄터키대에게 72-84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어. 시애틀대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알아도 충분해.
미국의 영동-2 남부, 오리건州
이번에는 워싱턴 주 바로 밑에 위치한 오리건 주로 가보자. 워싱턴과 오리건 주는 남과 북으로 맞붙어 있어. 나름 라이벌이야. 시애틀 슈퍼소닉스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과거 라이벌 관계였지. 오리건 주도 워싱턴 주와 면적이나 인구는 비슷해. 유명한 도시는 포틀랜드와 유진 정도인데 그리 크진 않아. 포틀랜드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社의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유명해.
포틀랜드는 지리적으로는 미 북서부에 있으니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강릉정도라고 보면 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리건 주는 크지 않기 때문에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주내에 유일한 4대 메이저 스포츠 구단이야. 포틀랜드는 1970년 창단했어. 구단 명칭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오레곤까지 서부 개척을 한 탐험가 루이스와 클락의 탐험에서 유래했지.
포틀랜드의 전성기는 1970년대 중반이야. 1974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UCLA 출신 센터 ‘빅 레드(Big Red)’ 빌 월튼을 지명했고 1976년 NBA-ABA 합병으로 인한 ABA 일부 구단 해산 드래프트(Dispersal Draft)에서 모리스 루카스를 뽑아. 같은 해 감독으로 잭 램지를 임명하며 우승의 조각을 완성한 포틀랜드는 서부 컨퍼런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그리고 LA 레이커스를 물리치고 파이널에 올랐지. 파이널 상대는 줄리어스 어빙을 필두로 올스타 군단인 필라델피아 76ers였어. 모두가 필라델피아의 우세를 점쳤고 실제 1, 2차전은 필라델피아가 잡았지. 하지만 월튼을 앞세운 포틀랜드의 반격은 무서웠고 내리 4판을 따내며 4승2패로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어.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우승이야.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 구단을 인수하며 막대한 투자를 해 1990년대 초와 말 다시 올스타 군단을 만들었지만 번번이 무너지며 우승을 다시 하진 못했어. 항간에는 우스갯소리로 시애틀 출신인 앨런이 일부러 라이벌 포틀랜드를 망친 거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 여전히 포틀랜드는 지역팬들에게 압도적인 응원을 받고 있지만 스몰마켓의 한계에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어.
오리건 대(University of Oregon Ducks)
오리건 주를 대표하는 농구 명문 대학은 오리건대야. NCAA 농구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바로 NCAA 토너먼트 초대 챔피언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당시 NCAA 토너먼트는 현재와 위상이 조금 달랐어. 한해 먼저 생긴 NIT(National Invitational Tournaments)보다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 그래도 역사에 오리건 대학이 NCAA 토너먼트 초대 챔피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역사는 당시 우승을 차지한 오리건 대를 ‘톨 퍼스(The Tall Firs)’라는 별명으로 기억하고 있어.
오리건대는 지난 2017년 무려 78년 만에 다시 파이널4에 오르며 명가의 재건을 알렸어. 2010년대 들어 꾸준히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컨퍼런스 우승도 많이 하고 있지. 오리건대 출신 유명선수로는 1990년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뛰었던 가드 터렐 브랜든,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뛰었고 슬램덩크 챔피언을 지낸 프레드 존스, 보스턴 셀틱스 왕조의 포워드 짐 로스커토프, 서울 삼성에서도 뛰었던 알렉스 스케일 등이 있어. 현역으로는 딜런 브룩스, 볼 볼, 크리스 부셰이 등 7명이 있어.
오리건 대학과 라이벌인 오리건 주립대는 오리건 주 북동부 코발리스에 위치하고 있어. 오리건 주립대도 1949년과 1963년 두 차례 파이널 4에 올랐어. 이후에도 꾸준히 토너먼트에 오르고 있는 상위권 팀이지. 최근인 2021년에는 퍼시픽12 컨퍼런스 토너먼트 우승도 차지했고 NCAA 8강(Elite 8)에도 진출했어.
오리건 주립대 출신 유명선수로는 백인 덩크왕 브렌트 배리, 게이 페이튼 부자(父子), 1980년대 쇼타임 레이커스의 일원 A.C. 그린 등이 있고 현역으로도 페이튼 주니어와 드류 유뱅크스가 있어. 이외에 미국 서북부에서 알아야 할 팀은 이승준, 김효범 등 우리나라 출신 선수들이 입학했던 포틀랜드 대학(University of Portland)이 있어. 두 선수 모두 전학을 갔지만... 또한 시애틀 북쪽에는 밴쿠버 그리즐리스(Vancouver Grizzlies)가 있었어. 지금은 멤피스로 이전했지만 토론토 랩터스와 함께 캐나다에 생긴 NBA 구단이었지. 이번 순서는 여기까지야. 혹시라도 부족한 게 있었다면 피드백을 줘. 그럼 고쳐볼게.
# 글_최연길 MBC 해설위원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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