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태양' 말했던 최태웅 감독...신영석 신기록 쌓던 날 내려왔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전(前)감독과의 9시즌 동행을 끝냈다. 구단 측은 "침체된 구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21일 오후, 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 경질 소식을 알려왔다.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의 맞대결이 시작하기 직전 날아든 소식이었다.
구단은 최 감독의 경질 소식을 알리며 "그간 최태웅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보여준 팀을 위한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최태웅 감독의 새로운 미래를 응원하겠다"고 짤막하게 전해왔다. 남은 시즌은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로 끌어갈 예정이다.
한국 리그 레전드 세터로 선수생활을 마친 최 감독은 2015-16시즌, 김호철(현 IBK기업은행) 감독의 뒤를 이어 곧바로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 감독은 직전까지 코치 등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으며, 무엇보다 암 투병으로 인해 현역을 내려놓았기에 상당히 파격적인 사례였다.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이 내세운 큰 키워드는 '스피드배구'였다.
당시 그는 구단 숙소에서 밤새도록 불을 켜놓고 유럽식 배구를 연구하는 등의 열의를 드러냈다. 그리고 V-리그 최초 18연승 신기록으로 결과를 증명했다. 직후 16-17시즌에는 역대 최연소 챔피언결정전 우승 감독의 타이틀을 따냈고, 이후 17-18시즌, 18-19시즌까지 연달아 4연속 챔프전 진출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22-23시즌 챔프전 진출까지 합하면 총 5회 챔프전에 올라 그 중 2회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20-21시즌을 치르던 중 트레이드를 시행한 뒤 최 감독과 구단은 급격히 흔들렸다. 2020년 11월 13일, 최 감독은 트레이드로 신영석, 김지한, 황동일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세터 김명관, 유망주였던 이승준과 더불어 21-22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져오는 대형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구단 측은 "리빌딩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팀 컬러를 완전 바꾸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시즌 전 상무에 있던 미들블로커 김재휘를 KB손해보험에 내주고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최대어 임성진 대신 김선호를 선발한 바 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3라운드 내리 1승 5패를 기록하며 부진에 시달렸고 6라운드에도 2승 4패로 골을 앓았다. 정규리그 전체 성적은 41점, 6위였다. 부임 이후 기록한 가장 낮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부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1-22시즌에도 외국인 용병을 세 명(히메네즈, 보이다르, 펠리페)이나 거쳐가며 흔들린 끝에 삼성화재와 1점 차로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22-23시즌에는 외인으로 노장 오레올을 지명하고 수비에 중점을 맞추며 다시 스피드배구에서 '옛날(복고)배구'를 천명했다. 불안한 시작이었지만 성적은 좋았다. 18-19시즌 이후 4년만에 대한항공과 챔프전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최태웅 감독은 상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향해 "한 하늘에는 태양 두 개가 뜰 수 없다. 한국에는 한국의 태양이 떠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은근한 신경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리고 올 시즌 성적은 다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꼴찌 다툼을 하던 삼성화재가 현재 우리카드와 투탑을 이룬 것과 달리, 현대캐피탈은 22일 기준 4승 13패로 KB손해보험과 다시 꼴찌 다툼을 시작했다.
팬들은 신영석 트레이드 이후 최태웅 감독이 선발한 김선호, 이현승 등의 미진한 육성에 꾸준히 의구심을 드러냈다. 임성진, 신영석(이상 한국전력), 김지한(우리카드) 등 팀을 떠나거나 그가 선택하지 않은 선수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선보이는 것과는 반대다.
결국 구단은 분위기 쇄신의 명목으로 최태웅 감독과의 오랜 동행에 마침표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그가 트레이드로 한국전력에 넘긴 신영석이 남자부 미들블로커 최초로 4000득점(개인 통산 4001점) 금자탑을 쌓은 날이기도 했다.
사진= MHN스포츠 DB,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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