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체코…유럽도 더는 총기난사 안전지대 아니다
세르비아는 연쇄 충격에 '정권 재신임' 조기총선 치르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해 들어 유럽 곳곳에서 다수 희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상자 4명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총기난사 사건이 올해만 600건 이상 발생한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럽도 더는 총격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의 명문 카렐대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져 15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 범행 후 사망한 24살의 총격범은 합법적으로 총기 여러 정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체코는 유럽연합(EU) 29개 회원국 중 총기 소지 관련법이 가장 허용적인 편이다.
나치 점령기나 냉전기 공산정권 하에서는 총기가 엄격히 금지됐으나 1989년 벨벳혁명 이후 총기 소지가 부활했다.
체코 관련법에 따르면 개인이 총기를 획득하고 소지할 권리가 인정되며, 인구 1천60만명인 체코에서 2020년 기준으로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사람은 30만7천명에 달한다.
체코에서는 2015년 63세 한 남성이 우헤르스키 브로트 마을의 한 식당에서 권총 두 정을 사용해 8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앞서 발칸반도 국가에서도 잇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5월 3일 13세 소년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8명 등 9명을 살해했고, 이틀 뒤에는 베오그라드 근교 마을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사망했다.
연이은 총격 참사는 세르비아 사회를 뒤흔들었고, 수개월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끝에 정부에 재신임을 묻는 성격의 조기 총선까지 실시됐다.
그다음 달인 6월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한 초등학교에서 13세 학생이 교감에게 총을 쏘는 일도 벌어졌다.
발칸반도 국가들은 1990년대 내전으로 총기가 완전히 수거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는 올해 3월 함부르크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
총격범은 기독교 한 종파가 사용하는 건물에서 신자 6명을 살해하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명 부상자 중 하나인 한 임신부는 7개월 된 태아를 잃었다.
유럽에서 대형 총기 난사는 빈번하지는 않더라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16년 7월 독일 뮌헨에서는 총기난사 범행에 집착하던 이란계 독일인 18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9명이 숨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대원이나 추종자들이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잇단 테러를 자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슬람국가(IS)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장과 술집, 식당, 축구경기장에서 동시다발 총기난사와 폭탄 공격을 가해 130명을 살해했다.
2011년 7월 노르웨이에서 우익 극단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노동당 주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69명을 살해한 사건도 유럽 최악의 총기 참사 중 하나로 꼽힌다.
대부분 주에서 총기 소지가 광범위하게 허용된 미국과 달리 유럽 각국은 총기 허가제를 운영하며 일반인의 총기 소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유럽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자유로운 체코에서도 총기 소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총기 난사 사건이 총기 규제법 강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외교협회(CFR)가 지난해 6월 내놓은 '미국 총기정책, 해외 사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1987년 반자동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20대 남성이 지역을 이동해 가며 6시간에 걸쳐 총기를 난사해 16명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총기 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총기 소지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체코에서는 합법적 총기 소지자가 저지른 이번 사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보후슬라프 스보보다 프라하 시장은 체코 공영TV에 "우리는 항상 이런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불행히도 우리의 세상이 변하고 있고 개인 총격범은 이곳에서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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