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테러 배후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해" 지시했다

10대 남녀에게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를 사주한 지시자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복구 작업을 위한 가림막이 설치된 모습. /사진=뉴스1

10대 남녀에게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를 지시한 자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뉴스1에 따르면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임모군(17)과 김모양(16)에게 범행을 지시한 인물이 경복궁에 이어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군은 김양과 함께 경복궁 낙서 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어 발각될까 무서워 세종대왕상 낙서는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군과 김양은 지시자가 지목한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해 낙서한 뒤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경복궁 영추문 인근과 국립고궁박물관 담벼락 등 3곳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적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나섰다고 진술했다.

조사에 따르면 임군은 지난 11일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처음 지시자와 접촉했다. 지시자는 "일하실 분, 300만원 드린다"는 글을 올렸고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하며 '이 팀장'으로 불러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시자는 임군에게 스마트폰 지도 앱을 캡처해 낙서할 구역을 포함해 택시에서 내릴 곳 등의 구체적인 이동 동선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오전 1시에 거주지인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2시쯤부터 범행을 하라며 범행 시간까지 정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지시자는 임군과 김양이 범행을 마친 뒤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한 뒤 연락을 끊었다. 이후 수사가 시작되자 "망한 것 같다. 도망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