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법을 지키자"가 죽음의 이유가 되는 사회, 바로 택시 이야기입니다

권지윤 기자 2023. 12. 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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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법대로 해달라." 간단명료하면서도 건조한 이 말이 택시기사 고 방영환 씨에겐 처절함이었습니다. "불법적인 사납금을 없애고 법대로 월급을 달라"는 방 씨의 당연한 요청, 그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 200일 넘게 외쳐도 독백에 머물렀습니다. 방 씨의 외침에 무관심했던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 정부기관도 그가 몸에 불을 붙이고서야 비로소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왜 중요한데

일을 하고도 최저임금은커녕, 한 달에 10만 원조차 되지 않는 급여를 받는 일,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습니다. 언제라도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고 방영환 씨, 그리고 택시기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방 씨는 법인택시 기사였습니다. 시민들은 개인택시, 법인택시 가리지 않고 이용하겠지만 종사자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개인택시 기사는 말 그대로 개인 사업자로 보면 되지만, 법인택시 기사(택시 노동자)는 직장인과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직장인과는 다릅니다.

사납금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납금은 택시 노동자가 매일 고정적으로 회사에 납부해야 되는 운행 수익을 말합니다. 택시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매일 15만 원을 내고, 남는 돈은 기사가 가져갑니다. 얼핏 보면 좋아 보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납금의 폐단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손님을 많이 태우고 더 빨리 더 멀리 달려도 택시 노동자의 삶은 윤택해지진 않았습니다. 소설 <운수 좋은날>의 인력거꾼 김첨지가 2원 90전 벌었던 그날이 운수가 가장 안 좋은 날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끼니를 거르거나 택시 안에서 요기를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고, 장시간 노동에 몸은 상했습니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 난폭운전, 승차 거부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질도 낮아졌습니다. 택시 노동자나 승객, 심지어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까지 택시에 불만족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자칫 승객이 없어 사납금도 채우지 못하면 택시 노동자가 자비로 메워 회사에 납부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승객이 줄든 말든 사납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니 손해 볼 일도 없었습니다. "택시 사업주만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노조 측 주장이 나온 배경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사납금의 폐단은 정부도, 택시기사도 알고 있었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바뀔 뿐 꼼수로 형태를 유지했던 사납금제는 2020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시행에 따라 완전히 금지됐습니다.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라는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겁니다. 이듬해 1월부터 개정 시행된 택시운수사업법에선 택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1주 40시간 이상'으로 명시합니다.
두 가지 법을 요약하면 택시 노동자는 운송수익 전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하고, 회사는 기준액을 정할 수 없다는 것, 여기에 더해 회사는 1주 40시간 이상의 임금(당연히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택시 노동자들은 관련법을 통칭해서 '택시 월급제'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혹시 모를 꼼수, 그러니까 회사가 급여를 줄이기 위해 택시 노동자의 1주 근로 시간을 8시간 등으로 줄여 버리거나, 또 다른 형태의 사납금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법을 만든 겁니다.

현실과 법



현실은 형용모순, 법은 법이 아니었습니다. 법이 있었지만 고 방영환 씨와 같은 택시기사들은 너무 많았습니다. 회사는 기준 운송수입금, 일명 '기준금'을 만들어 여기에 미달할 경우 급여에서 공제했습니다. 법으로 금지된 사납금이 이름만 바뀐 채 더 노골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 택시 기사 A씨의 2021년 월 실수령액이 6만 9천 원, 8만 원, 7만 원 등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쳤던 것도 법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고 방영환 씨가 소속돼 있던 해성운수는 동훈그룹 소속 21개 택시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기사 A씨가 소속돼 있던 택시 회사 역시 같은 그룹 소속이었습니다. 방 씨와 A씨 둘 다 회사가 위법적인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다가 거부한 뒤 해고당한 것도 똑같았습니다. 시차를 두고 복직은 했지만 두 기사 모두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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