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카트로 누비는 거리…길잃은 치매노인 보호자 역할도

2023. 12. 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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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길 구석구석을 전동 냉장차를 타고 다니며 야쿠르트 배달을 하는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가 길 잃은 치매노인을 발견해 무사히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었던 사연이 알려졌다.

22일 경찰과 hy(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지난 11일 비가 내리던 날 인천 계양구 효성동 인근에서 80대 할머니가 얇은 실내복 차림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것을 지역 담당 프레시 매니저 고현주씨가 이상하게 여기고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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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주씨, 비 맞으며 거리 헤매는 할머니 눈썰미로 포착
계양 효성지구대에 인계해 부평구 자택에 돌려보내
야쿠르트, 신문, 세탁 배달하며 독거 노인 안전 확인
전용 전동 냉장차를 타고 야쿠르트 배달을 하는 한국야쿠르트 프레시매니저. 골목길까지 구석구석 다니면서 취약, 소외계층 노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hy 제공사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동네 골목길 구석구석을 전동 냉장차를 타고 다니며 야쿠르트 배달을 하는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가 길 잃은 치매노인을 발견해 무사히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었던 사연이 알려졌다.

22일 경찰과 hy(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지난 11일 비가 내리던 날 인천 계양구 효성동 인근에서 80대 할머니가 얇은 실내복 차림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것을 지역 담당 프레시 매니저 고현주씨가 이상하게 여기고 다가갔다.

고 씨는 “오전 7시 아침배달을 할 때부터 길에서 비를 맞으면서 걸어가는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5시 퇴근할 때 또 마주쳤다”며 “비를 다 맞은 채 오들오들 떨면서 길에서 아들 이름을 부르고 있길래 ‘치매 걸리셨구나’ 느낌이 딱 왔다”고 말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12시간 가까이 겨울비를 맞은 할머니가 저체온증이 올 것을 염려해 인근 카페로 데려갔다.

그는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을 사드리며 댁이 어딘지 물어봤지만 ‘전라도 광주’라고만 답하고, 소지품은 사탕 두 알이 전부였다. 그래서 인근 효성지구대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저녁 7시께 지구대에서 경찰관 한 명이 카페로 와 지문 조회를 하기 위해 할머니를 데려갔다.

이튿날 인천 부평구 삼산경찰서로 할머니의 아들이 찾으러 와 데려가면서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효성지구대에서 고 씨에게 전했다. 할머니가 구역을 이동하면서 관할이 달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놓았음에도 못 찾고 있었는데, 고 씨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고 씨는 “평소에도 고객 대부분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서 코코(전동 냉장차)를 타고 다닐 때 노인분들을 유심히 보는 편”이라며 “대로변 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길을 누비다 보니 눈이 자연스럽게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간다. 이번에도 할머니를 도울 수 있어서 제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hy에 따르면 지난 3월에도 대전 중리동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년차 프레시 매니저 서홍경씨가 거리를 헤매는 치매 노인을 발견해 경찰과 가족에게 인계했다. 서 씨는 평소 관할 지역 내에서 100여명의 독거 노인들에게 야쿠르트를 배달하며 건강과 안전을 확인해왔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프레시 매니저 이영애씨가 80대 할아버지가 사는 반지하방에 배달을 갔다가 쓰러져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 곧장 119에 신고해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hy 관계자는 “1만1000여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동네 곳곳을 누비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근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관과 협력해 1994년부터 ‘홀몸노인 돌봄활동’을 펼쳐왔다”고 소개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야쿠르트 아줌마 뿐만 아니라 세탁소, 신문, 우편배달부 등 민간에서 집집마다 방문하는 인력을 활용해서 취약한 노인들을 들여다보는 정책이 시행중”이라며 “지자체, 관공서 등 기관과 민간이 협력하는 방안은 공무원을 추가 고용하지 않고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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