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암살 전 나를 감금하더니”…미국 망명女의 정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아내 美 망명
UAE 정부,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 심어
조 바이든 대통령, 빈 살만 배후로 지목

파살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아내가 미국으로 망명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부인 하난 앨라트르의 미국 망명 신청이 허용돼 2018년 암살사건 이후 이어진 도피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여러 차례 인터뷰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사우디 유력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사우디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2018년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실종됐고 이후 피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살해 배후자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돼 왔다.

WP는 이번 망명 허용으로 그동안 하난 앨라트르가 주장해 온 생명의 위협이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앨라트르는 그동안 고향인 이집트나 26년간 기거해 온 아랍에미리트(UAE)로 돌아갈 경우 자신을 비롯해 가족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호소해 왔다.

그는 망명 신청서에 이집트 정부가 자신의 가족을 억류했고 카슈끄지 살해 넉 달 전에는 사우디의 우방 UAE 정부가 자신을 감금해 휴대전화에 스파이웨어를 심었다고 적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돈을 다 쓴 앨라트르는 지하 단칸방에서 망명 결정만을 기다려왔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부터 빈 살만 왕세자를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공 들여왔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