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그만 둔 게 죄인가요? [내 아이 상담법]
다양한 이유로 학교 떠나는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
문제아라는 선입견과 숱한 편견
멀어지는 교우 관계에 외로움 느껴
대학 진출하고 싶어도 정보 부족
학교 밖 아이들 위한 어른의 역할
'학교 밖 청소년'. 말 그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울타리 밖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관두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학교를 관두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들은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인생에 정해진 길은 없다. 삶의 방식도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해진 길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하고….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마치 큰 오점을 남기는 것처럼 두려워한다. 아마도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받아야 할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일 거다. 제도권 안에 있다는 안정감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학교를 벗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름의 고민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일 테지만, 부모로선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 내 아이가 학교를 관두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위한 부모의 역할을 무엇일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를 관두려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 상담을 하는 필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자주 만난다. 아이들이 학교를 관두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심리·정서적 문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서 많은 것을 감수하고 학교를 관둔다는 거다. 당연히 두렵고 걱정도 들겠지만 나름 단단한 각오를 하고 내리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필자가 만난 학교 밖 청소년 A는 이렇게 토로했다. "학교를 관둘 땐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져 속상하다. 처음엔 '보고 싶다'며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생활패턴이 다르고 친구들에게 새 친구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점차 연락이 뜸해졌다. 외로움이 커지는 것 같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교우관계는 특히 중요하다. 당연히 친구들과의 단절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외롭고 우울하게 만든다. 사회의 편견도 학교 밖 청소년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 아이들도 학교에 다닐 땐 그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학생이어서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도 없고, 특별히 말썽을 피우기 전까지 '문제아'로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아'라며 눈총을 받는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는 순간 이어지는 질문과 걱정, 조언, 그리고 비난…. 어른들이 섣불리 내뱉은 말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관둔 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선입견·편견·무시(26.1%·복수응답 기준)'였다. '진로탐색의 어려움(24.2%)' '부모와의 갈등(15.9%)' '친구와의 단절(14.7%)'보다 사회의 편견을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쌓인 상처 때문에 밖에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실태조사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우울·불안 등의 정서가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처럼 학교를 관두는 건 큰 스트레스다. 스스로 원해서 한 선택이더라도 생활에 닥친 큰 변화는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막상 학교를 관두면 막막하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겐 어른들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 골든타임은 학교를 관둔 직후다. 아이들은 통상 학교를 관두기 전까진 '학교를 관두는 것' 자체에만 집중한다. 정작 그 과정에서 학교를 관둔 후의 문제는 소홀히 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가장 좋은 시간은 '학교를 관둔 직후'란 거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 중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은 의미가 있다. 이곳에선 대학 진학을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대학진학컨설팅을 진행하지만, 이게 절대적인 목적은 아니다.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편견을 없애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실제로 최근 꿈드림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학교 밖 청소년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설문을 받았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학교를 관둘 땐 이렇게 학교 밖 청소년들을 알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입을 모은다.
이제 어른들의 차례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향한 편견을 거둘 때다. 학교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청소년기는 신체적·인지적·심리적 변화를 겪으면서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다. 그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살 수 있도록 어른들이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면 어떨까.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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