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불혹’ K리그, 르네상스 트로이카 단체샷이 없다고? 초대 우승팀 독수리 엠블럼 보러 오세요

김형중 2023. 12. 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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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하필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영하 15도의 날씨였지만 안 움직일 수 없었다. K리그 40주년 기념 전시회 ‘K LEAGUE: THE UNIVERSE’ 시사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K리그 40년 중 30년을 봐온 나름 올드 팬(?) 입장에선 가슴 설레는 자리였다.

얼마 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출범 40주년을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기념 전시회를 연다고 밝혔다. 그동안 리그의 역사와 문화를 감성적으로 해석해 왔던 연맹이 어떤 전시를 진행할지 궁금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전시장 입구에 서자 마치 우주 공간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의 테마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였다. 각 전시 구역의 테마를 천문학 용어인 갤럭시, 호라이즌, 스텔라, 밀키웨이 등으로 표현했다. 갤럭시에는 역대 K리그 트로피를 전시했고, 호라이즌에는 40년사 연대기, 스텔라에는 인물의 별자리가 전시되었다. 밀키웨이에서는 K리그 구단 엠블럼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 시사회를 진행한 위원석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중 재미 있었던 사실은 호라이즌에 있던 1998년 K리그 르네상스 관련 이야기였다. 당시 이동국-안정환-고종수라는 트로이카를 앞세운 K리그는 오빠부대를 비롯한 수많은 팬들을 동원했는데 그 위력이 상당했다. 특히 이 세 선수는 출전하는 경기마다 수만 명의 관중들을 불러모으며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전시회에는 이동국과 안정환의 투샷만 전시되어 있다. 이유는 고종수까지 포함한 세 선수가 함께 찍은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세 선수의 단체 사진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했고, 만약 어딘가 있는데 찾지 못한 것이라면 데이터 보존에 대한 숙제로 남는 대목이다.


지난 40년을 빛낸 인물들의 관계도를 표현한 스텔라는 연령층에 관계없이 팬들이 관심 가질 만한 전시였다. 이곳은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9명의 인물을 비롯해 그들과 사제, 동료, 선후배 등으로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을 연결해 놓은 대형 관계도이다.

9명의 인물은 모두 K리그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지도자들인데, 그중 8명은 통산 120승 이상을 거둔 감독들이다. 김정남, 김호, 박종환, 이회택, 조광래, 차범근, 최강희, 허정무가 그 주인공이다. 나머지 한 명은 1990년대 중후반 부천SK를 이끌던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었다. 당시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선진 축구를 K리그에 도입한 니폼니시 감독은 전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후진 양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니포 축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김기동, 윤정환, 조성환, 최윤겸(당시 코치) 등은 현재 감독으로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고, 이임생, 남기일, 이을용 등은 과거 감독 생활을 한 바 있다.

또한, 고 박종환 감독과 현재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과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상윤 위원, 허정무 감독과 현재 올림픽 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선홍 감독 등 다양한 인물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전시가 또 있다. 네뷸라 구역에는 추억의 유니폼이 모여 있다. 총 109개의 유니폼이 전시되어 있으며, 79개는 공모를 통해 팬들의 소장품을 대여한 것이라고 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유니폼은 1983년 초대 우승팀인 할레루야의 유니폼이었다. 큰 십자가 문양이 그려져 있는 유니폼 가슴에는 독수리가 축구공을 잡고 나는 엠블럼이 달려 있는데 언뜻 보면 마치 포르투갈 클럽 벤피카가 떠올랐다. 최근까지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활동하던 이용수 전 부회장의 11번 유니폼이라고 하니, 우승 시즌이었던 1983년이 아닌 1985년 유니폼으로 추측된다.


2023년은 K리그의 40주년 해로서 연맹은 마지막 차례로 멋진 행사를 기획했다. 올드 팬이든, 요즘 팬이든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로 많은 K리그 팬들이 와서 보고 느끼기 좋은 공간이다. (조)부모, 자녀와 같이 2대, 3대가 같이 즐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시다. 22일부터 팬들에게 공개한다.

우리는 보통 40세를 불혹이라고 부른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이를 느꼈다 하여 마흔 살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40년을 꽉 채운 K리그도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판단을 흐리지 않고 곧게 나아가기도 바라는 마음이다.

글, 사진 = 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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