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울버햄튼, 한글로 황희찬과 장기 계약에 환호…2028년까지 재계약 발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황소' 황희찬이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과 오래 동행하는 데 만족감을 표했다.
울버햄튼은 2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인 황희찬과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1년 추가 옵션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은 2021년 임대로 이곳에 합류하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년 전 왓포드를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에 빠르게 성장했다. 부상과 벤치 로테이션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현재 황희찬은 골문 앞에서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며 빛나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울버햄튼의 언급대로 황희찬은 지난 2021-2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에서 임대 신분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황희찬은 곧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데뷔전이던 왓포드와 경기에서 데뷔골을 바로 터뜨리면서 출발이 산뜻했다. 이를 바탕으로 5골을 넣었고,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기량에 매료돼 완전 이적을 결정했다.
당시 울버햄튼은 황희찬에게 1,400만 파운드(약 230억 원)의 이적료를 투자했다. 상당한 기대를 받았던 지난 시즌 부침을 겪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3골에 그쳤다. 공격수인 황희찬의 포인트가 떨어지면서 덩달아 울버햄튼의 성적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위권을 맴돌았고, 끝내 브루노 라즈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도중에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부임하면서 황희찬에게 새로운 도전이 펼쳐졌다. 부침을 겪던 시기여서 거취가 모호해지기도 했으나 시즌 막바지 자신감을 얻으면서 반전을 예고했다. 그런데 2023-24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로페테기 감독이 떠나는 갑작스런 변수를 맞이했다.
황희찬의 미래도 불투명해보였다. 때마침 이적설까지 돌았다. 울버햄튼의 재정도 넉넉치 않다보니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관심을 보이는 황희찬을 처분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잔류를 택했고 차분하게 시즌을 풀어나갔다. 올 시즌은 확 달라졌다. 17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리그 8골로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을 넘어섰다. 도움도 2개 있어 이미 리그에서는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상황. 리그컵 1골을 포함해 시즌 9골 행진을 펼치고 있는 황희찬이라 머지않아 두 자릿수 득점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황희찬의 놀라운 페이스는 울버햄튼의 득점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올 시즌 8골 중 6골을 홈에서 터뜨린 안방 강세를 바탕으로 최초의 기록도 썼다. 지난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37라운드 에버튼을 상대로 득점한 것을 시작으로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까지 홈인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6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1877년 창단한 울버햄튼 역사에서 최초의 대기록이었다.
황희찬의 진짜 강점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 결정력에 있다. 황희찬은 강팀과 약팀 가리지 않는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골을 뽑아낸 여섯 상대만 보더라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톤 빌라, 뉴캐슬, 풀럼, 번리 등 순위표 전방위적으로 골을 뽑아내고 있다. 특히 강팀에 강한 면모라 근래 울버햄튼의 최고 킬러로 자부할 만하다.
스타성도 한껏 올랐다. 맨시티를 상대하기 전 적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황희찬의 이름 대신 'The Korean Guy'로 불러 논란이 됐다. 자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대의 골망을 흔들면서 프리미어리그에 황희찬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황희찬은 코리안 가이로 잉글랜드 전역에 자신의 경쟁력을 알렸다.
현지 평가도 상당하다. 최근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30인 순위에 황희찬을 19위에 올려놓았다. 공격력이 강하지 않은 울버햄튼의 사정에도 에이스 활약을 통해 영향력을 키운 황희찬을 향해 텔레그래프는 "울버햄튼 초기에도 많은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 게리 오닐 감독 밑에서 더욱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달 초 서명한 새로운 계약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고 19위 배경을 말했다.
마침내 울버햄튼과 장기 동행을 이끌어냈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에 따르면 황희찬은 연봉 3배 인상을 보장받았다. 최종 사인을 한 황희찬은 "울버햄튼에 머물게 되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이곳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다. 9골을 터뜨려 행복한 것도 있지만 동료, 가족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황희찬은 "울버햄튼에서 골도 많이 넣으면서 시작이 좋기도 했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도 보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게 꿈이었기에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좋은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매 경기 승리하는 게 목표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과 승리를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황희찬과 장기 계약을 이끈 맷 홉스 디렉터는 "울버햄튼에 온 뒤로 늘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몇 가지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항상 모든 걸 바쳐서 훈련했다. 이제 팬들은 황희찬이 우리 팀에서 하는 일과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이번 재계약을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홉스 디렉터는 황희찬이 게리 오닐 감독 밑에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황희찬은 현재 스태프들과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생산력을 발휘하는 이유"라며 "황희찬의 다재다능함이 오닐 감독에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황희찬과 오닐 감독 모두 이곳에 온 이후 최고의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황희찬은 강인한 체격 조건과 플레이스타일로 '황소'라 불린다. 홉스 디렉터도 "황희찬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소처럼 강하다. 축구에 대한 태도도 매우 강인하다. 선수단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 황희찬 덕분에 한국 음식을 먹어보았는데 동료들의 그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은 황희찬이 그들을 위해 모든 걸 바칠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지금의 활약에 기뻐하고 있다"라고 팀 분위기를 전달했다.
무엇보다 황희찬의 골 결정력에 박수를 쳤다. 홉스 디렉터는 "황희찬은 문전에서 골을 넣길 원한다. 뉴캐슬 상대로 넣은 득점을 보면 그의 침착함을 칭찬할 수 있다. 처음에 슈팅할 수 있었지만 잘개 쪼개 수비수를 제쳤다. 황희찬은 이제 멋진 피니셔의 유형으로 발전했다"라고 평했다.
황희찬의 재계약을 가장 반길 이는 오닐 감독이다.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황희찬의 재계약을 언급했던 오닐 감독은 "그가 많은 골을 넣은 이유는 나에게 있지 않다. 모든 건 황희찬의 노력이다. 황희찬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팀 구조가 황희찬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 내 생각엔 황희찬이 필드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이어 "황희찬은 특정 지역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알고 있다. 자기 관리도 철저한 선수다. 우리 팀은 특정한 방식으로 골을 노린다. 특정 지역에 도달하면 득점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황희찬은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난 황희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들을 줬을 뿐이다. 이후에 모든 건 황희찬이 가지고 있는 많은 능력을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기량 못지않게 인성에도 합격점을 준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나를 포함해 재계약 협상에 도움을 준 스태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 황희찬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던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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