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다 오스형♡" 오스마르, 수많은 팬 배웅받으며 진짜 작별, "서울에서 은퇴하고 싶었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역대 최고의 '외인 레전드' 오스마르(35)가 수많은 팬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과 작별했다.<스포츠조선 12월20일 단독보도>
21일 늦은 밤, 오스마르가 고국인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찾은 인천국제공항에는 족히 100명 가까이 돼보이는 서울 팬이 집결했다. 서울 프런트와 동갑내기 동료 고요한도 현장을 찾았다. 흡사 국가대표팀 인기스타의 출입국 현장을 방불케했다. 팬들은 오스마르에게 인사를 건넸고, 오스마르는 휴대전화를 꺼내 배웅 온 팬들을 영상에 담았다.
팬들 앞에서 눈물 흘린 오스마르는 "지난 9년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드린다"며 개인 SNS에 공항에서 직접 찍은 영상을 올렸다. 2014년 서울에 입단한 자신의 서울 커리어가 곧 수호신(서울 팬)이었다는 얘기.
오스마르는 "서울에서 은퇴하고 싶었지만, 축구가 우리를 갈라놓았다"며 "당신들은 내게 잊지 못할 기억을 심어줬다. 내게 문자를 보낸 모든 이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놀라운 여정을 함께한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는 이곳에서 경력을 쌓았고, 친구를 사귀었고, 가족이 생겼으며, (또 다른)가족들이 내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오스마르는 한 명의 외국인 선수를 넘어 최근 10년간 서울을 대표하는 '전설'이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오스마르보다 더 많은 시즌을 보낸 선수는 '원클럽맨' 고요한뿐이다. 출전 경기수는 오스마르가 가장 많다. 오스마르는 2023시즌에도 후방을 지켰다. 38경기에서 3경기를 뺀 35경기를 뛰었다. 출전시간은 총 3295분으로, 수비수 김주성(3697분)에 이어 팀내에서 2번째, 리그 전체에서 3번째로 많았다.
오스마르는 서울이 마지막으로 리그를 제패한 2016년엔 서울 구단 최초로 외국인 주장을 역임했다. 나이 어린 한국 선수들은 '오스형'(오스마르 형)이라고 부르며 그를 믿고 따랐다. 특히 외인 선수들을 잘 챙겼다. 프런트, 선수단 입장에서 오스마르의 존재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전성기 시절, 리그 최고의 인터셉터이자 패서로 존재감을 뽐냈다. 대지를 가르는 패스와 대포알 왼발 슈팅으로 팬들에게 청량감을 안겼다. 2019년 6월 수원전, 2020년 1월 케다전에서 선보인 왼발 빨랫줄 슈팅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런 오스마르도 세월을 거를 순 없었다. 삼십대 중반에 접어들며 부쩍 느려졌다. '오스마르 뒷공간 노리기'는 상대팀의 단골 공격 메뉴였다. 결국 오스마르는 서울과 동행을 멈추게 되었고, 지난달 수원과의 슈퍼매치는 서울에서 치르는 고별전으로 남았다.
서울 구단은 21일 "오스마르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24시즌 팀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위해 동행을 멈춘다"며 "이는 오스마르가 서울의 레전드이자 구단 역사상 외국인 첫 주장을 역임하는 등 외국인 선수 신분 이상으로 FC서울을 상징해왔던 선수였기에 많은 고심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지난 9년여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팀을 위해 함께 해준 오스마르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스마르가 (은퇴 후)축구 지도자로 변화를 원한다면 구단은 최선을 다해 조력하겠다는 의사를 오스마르에게 전달했다. 향후 오스마르에게 서울 '레전드' 로서의 한치 소홀함 없는 모든 예우를 다 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현 동료들은 오스마르 게시글 댓글 등을 통해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서울 베테랑 기성용은 "우리가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고받던 이야기가 있었지. '우리가 10년만 젊었다면 어땠을까?' 지난 3년 기나긴 터널을 같이 지나면서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노력했다. 한살 한살 먹을수록 힘은 떨어졌지만, 정말 악착같이 버티며 서로 의지했던 것 같다. (너는)내게 축구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 친구였다. 누구보다 프로답고 성실한 오스마르, 앞으로 이런 용병이 나올까 싶다. 어딜가든 사랑받는 선수가 될 거다"라고 말했다.
"고마워 오스마르, 너와 함께해서 행복했다. 응원할게!"(나상호), "레전드! 좋은 일만 가득하길"(황인범), "친구야! 함께해서 영광이었어!"(박주영), "그리울 거다, 오스마르"(이한범), "사랑했다 오스형"(박동진), "감사합니다. 언제나 함께해요"(수호신) 등 댓글이 줄지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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